10대 성폭력 피해자 직접 법정증언에 트라우마..유명무실 '진술조력인' 제도

2023-08-3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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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조력인' 적용 대상 확대에도 법원 집행률 10% 밑돌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지인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10대 A양은 올해 초 있었던 형사재판의 증인신문에 출석했다. 만 13세 이상으로 구체적인 증언이 가능하다고 판단돼 A양의 반대신문에 진술조력인이 선정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상세히 진술하라는 재판부와 변호인 요구에 A양은 사건의 트라우마로 제대로 증언을 하는 게 힘들었다. A양은 재판 이후에도 심리 치료 등을 계속 받아야 했다.

성폭력이나 학대 피해를 입은 아동과 장애인이 법정에서 증언을 할 때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진술조력인’ 제도의 활용도가 여전히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진술조력인 적용 대상이 꾸준히 늘었는데도 정작 법관의 진술조력인 의무 고지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등 법원의 무관심이 제도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술조력 대상 확대에도 집행률 10%
2022년도 재판절차비용지원 사업 결산 현황. [자료=이탄희 의원실]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법원이 지난해 진술조력인 제도와 관련해 집행한 예산은 약 500만원 남짓으로, 당초 배정된 예산액의 10%만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예산 중 90%인 4500만원이 불용액으로 남은 셈이다. 법원의 진술조력인 예산 집행률은 2020년 80%에서 2021년 4%로 감소한 후, 계속해서 10% 수준을 밑돌고 있다. 진술조력인에 사용되는 집행액 자체도 지난 2년 새 4000만원대에서 500만원 이하로 감소했다.
 
진술조력인 제도 예산이 포함된 지난해 전체 법원의 재판절차비용지원 예산 집행액은 약 380억9100만원으로, 예산 집행률이 99%를 웃돈다는 점과 비교할 때 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법원이 지난 수년간 진술조력인 적용 대상을 확대해 왔지만, 정작 진술조력인 제도가 재판 실무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원은 지난해 초 ‘성폭력범죄 등 사건의 심리·재판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규칙’ 개정을 통해 성폭력과 아동학대 피해자 외에 일반 범죄로 피해를 본 장애인 피해자도 진술조력인 지원을 받도록 적용 대상을 넓혔다. 성폭력처벌법 일부 개정안이 오는 10월 시행되면 진술조력인 지원 대상도 현행 13세 미만의 아동에서 19세 미만 청소년으로 확대된다. 
 
헌법재판소가 2021년 12월 19세 미만 성폭력범죄 피해자가 영상으로 녹화한 진술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결정함에 따라, 19세 미만 피해자가 법정에서 직접 증인으로 재판정에 서는 경우도 증가하는 추세다. 대법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증인신문을 받은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의 수는 752명으로 헌재 결정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진술조력 고지 의무 위반 잦아

법원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진술조력인 신청권 고지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관련 개정안을 지난해 2월 마련했다. ‘성폭력범죄 등 피해자 보호 규칙’ 18조는 법원이 증인신문 전 진술조력인을 신청할 권리가 있음을 구두나 서면으로 피해자나 그 대리인, 보조인 등에게 고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법원 내부에서 고지 의무를 누락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진희 대한법률구조공단 범죄피해자 국선전담 변호사는 “법원이 미성년자나 장애인이 법정에 증인으로 나올 때 진술 조력인이 선정될 수 있음을 고지해야 한다는 의무 자체를 누락하는 경우가 꽤 있다”며 “변호사들이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될 때 신청하고 있지만 검찰과 법원에서도 아직까지 관련 개정안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 성폭력 전문 변호사는 “헌재 위헌 결정 이후 성폭력 피해 아동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해바라기센터 등에서 영상 증인신문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정비되는 과정에서 진술조력 활용을 두고 혼선이 있었고 홍보나 활용도도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진술조력인의 전문성을 확대하고, 법원과 검찰에서도 자체적인 홍보와 교육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희진 민변 아동청소년위원회 변호사는 “비장애 아동과 장애 아동, 아동 연령과 장애 유형 별로 피해자들의 특성이 굉장히 다르다. 이런 점에서 현재보다 더욱 진술조력인의 전문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제도를 활용할 소지가 많은데 여전히 인력 활용에 소극적인 면이 보인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법원이나 검찰에서도 내부 교육을 진행하는 동시에 대외적으로 제도 홍보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합의부 사건의 경우 고지 의무 누락이 발생하는 편이 적지만 아동학대를 주로 다루는 단독 재판부에서 누락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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