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론 만기 연장으로 근근히 버티는 증권사, 유동성 '빨간불'

2023-08-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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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하반기 유동성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브리지론 만기 연장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부동산 경기가 지속적으로 침체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은 어려운 상황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23개 증권사가 보유한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우발채무)는 22조2000억원에 달한다.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은 7조8000억원, 이 중 5조원 정도가 브리지론이다.
 
브리지론은 통상 1년 내외로 만기가 짧다는 특성을 가진다. 이자가 비교적 높지만 주로 본PF가 승인되기 전까지 필요한 초단기 자금을 조달할 때 사용되는 수단이다. 이에 시행사들은 상대적으로 이자가 낮은 본PF가 승인되면 브리지론에서 전환한다.
 
올 상반기 만기가 도래한 물량은 6개월에서 1년씩 만기가 연장됐다. 부동산 업황이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본PF로 전환해야 하지만 경기 침체로 인해 ‘울며 겨자 먹기’로 우선 브리지론 만기를 연장한 것이다. 부담해야 하는 이자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외 부동산에 이어 국내 부동산 PF 부실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최근 새마을금고 부실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점도 작년부터 이어져온 브리지론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브리지론 만기 연장으로 유동성 문제를 간신히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새마을금고 사태 당시 우려됐던 것처럼 채권자들이 자금을 회수한다면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신용공여 비중이 높은 중소형사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 연구원은 “(증권사들은) 채무보증에 대한 충당금 적립률이 아직 낮다”며 “손실 확정 전까지 충당금을 전입하지 않아도 되는 채무보증 특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낮은 충당금 적립률은) 대비가 부족한 상황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자기자본 4조원 미만인 중소형사 부동산 PF 여신 규모는 2020년 3월 약 6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3월 9조5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전체 자기자본 대비 44%에서 51% 수준까지 확대됐다.
 
당시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 사건 등으로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관련 규제 수위를 높였지만 중소형사는 부동산 PF 영업을 위해 오히려 늘린 것이다. 이후 2023년 3월 말 8조20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42%까지 감소했지만 이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새로운 딜 자체가 감소한 결과로 해석된다.
 
김예일 한신평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증권사 주요 성장동력이었던 기업금융(IB) 부문은 부동산 PF 시장 침체로 인해 신규 딜 감소 등 영업 기반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며 “브리지론 차환에 난항을 겪는 등 부동산금융 건전성 저하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 장기적으로 본PF 부실이 발생해 전체 PF 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중소형사뿐만 아니라 증권사 전체에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문제는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와 함께 부동산 경기 전망이 어둡다는 점이다.
 
정태준 연구원은 “이미 미분양이 한 차례 급증한 만큼 준공 후 미분양이 후행해서 증가하면 본PF 부실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브리지론과 달리 본PF는 전체 PF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기 때문에 증권업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내도 해외와 마찬가지로 기준금리의 급격한 상승과 경기 둔화가 나타나고 있어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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