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손실 가능성이 높은 브리지(Bridge)론 규모가 30조원에 달해 지난해 하반기 내내 거의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고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브리지론 중 최대 50%의 손실 가능성이 예측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해 다시 한번 파문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올해 각 건설사들의 재무 관리·자금 조달 능력에 따라 생사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과 신평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건설사의 브리지론 규모가 약 30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앞서 건산연이 지난해 6월 말 기준 집계했던 브리지론 규모인 30조원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브리지론은 아직 분양 수익 등의 예측이 어려운 초기 단계라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은행 등 1금융권이 아니라 증권사,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의 제2금융권에서 집행하는 경우가 많다. 시행하는 브리지론으로 마련된 자금으로 토지 매입 등의 사업 초기 단계를 진행하고, 다음으로 본격적인 건물을 올리는 과정을 앞두고 은행권 등에 본 PF 대출을 받게 된다.
본 PF는 브리지론보다 대출 금리가 낮기 때문에 통상 시행사는 본 PF를 받아 브리지론을 상환하고 이후 사업의 나머지 단계를 마무리한다. 이후 시행사는 준공 후 분양을 진행해 소비자로부터 대금을 받아 은행권의 본 PF를 상환하고 수익을 확정한다.
지난해 6월 말 이후 브리지론 규모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은 이 같은 사업 절차가 막혀 있다는 의미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건설사의 PF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은행권이 본 PF 대출을 기피한 결과로 보인다. 상당수 부동산 PF 사업이 초기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브리지론 만기만 연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브리지론 만기가 계속해서 연기될 수 없는 점이다. 사업을 더 진행하지 못하고 높은 이자만 부담하게 될 경우 PF 사업장이 결국 파산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건설 및 신평사들 사이에서는 지금 같은 고금리가 이어진다면 올해 30조원 규모의 브리지론 중 최대 절반가량이 손실을 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손실이 현실화한다면 당장 증권사·저축은행·상호금융 등 2금융권이 피해를 입게 된다. 동시에 금융권도 건설사와 PF 사업에 대한 대출을 더욱 기피하게 될 수밖에 없어 건설사도 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건설사들은 회사채나 기업어음(CP)을 발행하기 어려워진 탓에 주로 금융권 대출로 자금을 조달해왔는데 이마저도 막혀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올해 브리지론 손해가 본격화된다면 건설사의 재무 여력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며 "현재 사업을 유지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만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 등 각 건설사의 재무 역량이 올해 생사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