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4일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명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통해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서울 서초갑) 공천에 개입한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당 출입기자단에 '국힘 조은희 공천은 '尹장모 무죄' 성공보수? 서초갑 경선에 명태균 관여 확인'이라는 제목의 글과 관련 녹취파일들을 공유했다.
이어 그는 "(나는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내외분께서 해 주신 겁니다. 제가 한 게 아니고(라고 말했다)"라며 "(그러자 조 의원이) '아니 우리 명 대표님이 다 했잖아요, 제 것도 그렇고'(라고 말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녹취록에는 명씨가 2022년 2월 강혜경씨(당시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와 통화하면서 조 의원으로부터 서울 서초갑 지역 당원 안심번호 명부를 건네받아 불법 여론조사를 실시한 정황이 담겼다.
그러나 조 의원은 언론에 "명씨의 일방적인 허풍이 반영된 허위 사실"이라며 "2021년도에 명씨를 만난 적은 있지만 (명씨가) 보궐선거를 도와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조 의원의 남편인 남영찬 변호사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클라스가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의 변호를 맡아 무죄를 이끌어 낸 전력을 주목했다.
의료인이 아닌 최씨는 2013년 불법으로 요양병원을 운영해 2015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9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2020년 11월 불구속기소됐고, 2021년 7월 1심에서 징역 3년 법정구속됐다.
최씨는 같은 해 9월 2심을 앞두고 변호사를 교체했고, 2022년 1월 25일 2심 재판부는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건희 여사 모친 관련, 제 남편이 법무법인 클라스의 공동대표 중 1인이었던 것은 맞으나, 최은순 2심 재판은 클라스 소속 다른 변호사가 독자적으로 수임해 변호했다"며 "남편은 그 사건의 수임이나 변호에 관여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강세지역인 서울 서초갑은 2021년 8월 당시 윤희숙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공석이 됐다. 10월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당론을 무시하고 구청장직 사퇴를 강행하며 의원직 도전을 선언했다.
2022년 2월 7일 국민의힘 공관위는 서초갑에 이혜훈 전 의원과 정미경 최고위원, 전희경 전 의원, 조은희 전 구청장, 전옥현 전 위원장 등 5명 경선을 발표했다.
다음 날 명씨가 서초갑 책임당원 명부로 불법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2월 10일 서초갑 경선에서 조 전 구청장이 과반 득표에 성공하면서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됐다는 것이 민주당 측 설명이다.
이 역시 조 의원은 "2월 8일 명 사장이 전화와서 ARS 조사를 돌려서 추세를 알아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면서 "제가 '내일모레 경선인데 지금 추세를 알아보는 것이 무슨 의미냐'며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지난 11일 '명태균 여론조작수법'이라는 녹취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녹음 시점은 2020년 3월 초순으로, 당시 21대 총선 출마 예정자를 대상으로 명씨가 여론조작 수법을 직접 설명하는 내용이 담겼다.
명씨는 "대한항공 비행기 뜬다고 아시아나 비행기 뜨면 안 되나.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야 되는데, 아시아나 탄 사람도 (여론조사 참여했다고) 막 다 올린다"면서 "개표했는데 뭐냐, 대한항공에는 반밖에 안 탔네"라고 말했다.
이는 상대 후보 지지자에게 자체 여론조사 전화를 돌려 실제 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당 공식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명씨가 여론조사를 통해 단순 여론조작을 넘어 경선 투표 자체에 일정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