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돌봄드림 "보호자 품같은 스마트 조끼, 발달 장애인 불안 줄여요"

(왼쪽부터) 김석현 돌봄드림 기술 이사, 김지훈 대표, 박경미 구글 클라우드 매니저가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뒤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구글코리아]

"감각 과부하 상태일 때 몸에 압력을 가해 주면 불안함이 완화되죠? 프랑스에는 자폐인을 위한 포옹 의자가 있대요…내가 돼 줄게요, 변호사님 전용 포옹 의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로펌 생활을 다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같은 로펌 송무팀 직원인 '이준호'가 연인 우 변호사에 한 얘기다. 우 변호사가 발작이나 불안 증세를 보일 때마다 직접 포옹해주겠다는 내용의 사랑 고백이다.

국내외 학술 연구·논문에서도 자폐인 등 발달 장애인이 보호자와의 포옹이나 무게감 있는 조끼 착용 등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신체에 적절한 압력을 줘 감각적으로 예민하게 느껴지는 자극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모래로 무게감을 높인 중량조끼 등 의류 착용 후 발달 장애 아동 6명의 수업 참여도가 평균 28% 증가했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조끼 착용 후에는 아동들의 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졸' 농도가 평균 57% 감소했다.
 

김지훈 돌봄드림 대표 [사진=구글코리아]

2020년 설립된 국내 스타트업 '돌봄드림'은 이 점에 착안해 공기 주입식 스마트 조끼 '허기(HUGgy)'를 제작했다. 허기는 일반 중량조끼보다 가벼워 착용자에게 부담이 적고 보호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돌봄드림은 현재 조끼와 손펌프로 구성된 기본(베이식)형 제품만 제공하고 있지만, 내년 상반기 인공지능(AI) 기반 '허기 스마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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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 스마트 버전은 AI가 조끼 착용자의 피부 전도, 심박수 등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기 압력을 자동 조절한다. 허기 조끼와 더불어, 공기압 튜브 및 생체신호 측정 센서가 탑재된 단말기 등이 한 세트다.

이용자 생체 정보는 단말기에서 구글 클라우드로 전송되고 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빅쿼리를 통해 전처리(AI 모델 학습에 적합하도록 데이터를 바꾸는 작업)된다. 앞서 돌봄드림은 구글의 스타트업 성장 지원 프로그램 '클라우드 아카데미'에 참가해 올해 5~7월 12주 간 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 활용 방안 등 관련 교육을 받은 바 있다.

김지훈 돌봄드림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본지와 만나 허기 사업 계획과 구글 클라우드와 시너지 등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자리에는 김석현 돌봄드림 기술 이사, 박경미 구글 클라우드 매니저 등도 함께 참석했다.

다음은 김지훈 대표·김석현 이사·박경미 매니저와 일문일답한 내용.

-허기 조끼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김 대표 "발달 장애인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며 조끼 구상을 처음 시작했다. 당시 발달 장애 아동에게 중량조끼를 입히는 것을 봤는데, 성장기 아동의 골격에 무리를 주고 평소에 오래 입기 어려운 형태였다. 안아주는 느낌을 다르게 구현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다 조끼에 공기를 주입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공기를 주입한 조끼는 골격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평상시에도 편하게 착용 가능할 거란 구상이었다.

동시에 보호자가 돌봄 대상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싶어하는 요구가 가장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생체 정보를 수집해 착용자의 감정 상태와 스트레스, 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 이유다.

현재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의류와 단말기 등 제조를 처음 해보는 것이어서 더 그랬다. 제품 개발에 시간·비용이 많이 투입됐지만, 고객 의견을 잘 반영해 허기 완성품을 잘 만들어냈다."

-발달 장애인을 제외한 타깃 이용자가 또 있나.

김 대표 "허기 베이식 등 제품 출시 초기에는 발달 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현재도 주 타깃층이 그들이긴 하지만, 앞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필요로 하는 모든 이용자를 공략하려 한다.

비행 시 심한 공포를 느끼거나 발표를 앞두고 과하게 긴장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약물 복용보다는 효과가 덜할 수 있지만 (허기 착용은) 약물 부작용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수험생도 핵심 공략 대상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전후로 시니어(노인) 건강 관리 기관에서 케어 수요가 급격히 높아졌다. 이에 노인 요양병원과 복지관 등을 겨냥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한 명이 여러 노인을 관리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품이다. 비상상황 발생 시 관리자에 알림을 준다."

-허기를 개발하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김 대표 "처음 허기를 들고 해외 기관에 선보였을 때 디자인 관련 피드백을 많이 들었다. 조끼 디자인이 평상복과 달리 너무 튀거나 특이하면 착용 시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낙인 찍힐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구분 없이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조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했다."
 

김석현 돌봄드림 기술 이사 [사진=구글코리아]

-허기에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이 접목돼 있나.

김 이사 "단말기는 조끼 속 튜브의 공기압 변화를 측정해 착용자 심박 리듬과 호흡 등을 측정한다. 이는 심탄도 방식으로, 주로 진동하는 물체를 측정할 때 쓰인다. 쉽게 말해 허기는 착용자의 심장이 뛸 때마다 공기 튜브 센서가 이를 압력으로 느껴 그 압력 정도를 수치로 바꾼다.

단말기에서 측정된 수치를 센터나 시설로 보내 돌봄 대상자 상태 모니터링을 지원하고 있다. 내년 출시될 허기 스마트는 개인화된 AI 플랫폼인 '버텍스AI'를 활용해 서비스할 예정이다. 경증 환자는 본인이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용자 데이터 보관·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김 이사 "개인을 식별하는 개인정보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 구글 클라우드에는 이용자의 생체 신호만 올라간다. 이 정보가 단말기에서 클라우드로 가면, 단말기에서는 해당 데이터가 삭제된다.

개인정보는 회원 탈퇴·해지 요청 시 삭제한다. 다만 민감 정보는 연구 목적으로 3년까지 암호화해 활용하는 것에 동의를 받은 후 쓰고 있다. 어느 이용자의 정보인지 매칭할 수 없도록 내부 처리하고 있다."

-구글 클라우드 아카데미가 돌봄드림에 어떤 도움을 줬나.

박 매니저 "아카데미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목표·핵심 결과지표(OKR) 설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돌봄드림과 이 부분을 상의하면서 사업 구상뿐 아니라 기술 아키텍처도 '단순하고 명확하게 하자'고 했다.

초기 단계 스타트업은 비용과 관리 부담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에 돌봄드림이 신규 서비스 환경을 기존 클라우드에서 구글 클라우드로 이관해 의사결정을 단순화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예를 들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던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DB)인 레디스가 다소 복잡하게 구성돼 있었다. 현 단계에서는 이러한 구성이 불필요하다고 판단, 우선 단순하게 바꾸자고 의견을 모았다. 추후 확장성을 확보할 로드맵을 준비하자고 했다. 이를 통해 비용도 절감하고 아키텍처 구성도 빠르게 진행했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사업 목표가 있나.

김 대표 "올해는 허기 스마트 조끼 개발 완료가 우선 목표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CES 혁신상 수상을 위해 준비 중이다.

내년 북미와 동남아 등 해외 시장도 적극 공략한다. 이용자 수는 내년까지 1000~2000명을 달성할 예정이다. 이미 투자금 15억원 유치를 확정했다. 기업공개(IPO) 계획도 있다. 매출을 극대화해 3~5년 내 기술 특례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돌봄드림 멘티와 함께 일하면서 보람 있었던 순간은.

박 매니저 "돌봄드림이 추구하는 사업 모델이 우리가 하는 일의 사회 기여도 측면을 더 많이 생각하게 해줬다. 좋은 취지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도와 저도 사회에 기여를 할 수 있게 돼 보람이 크다.

또한 돌봄드림의 사업 OKR을 재정립하는데도 도움이 됐다는 피드백을 받았는데, 이 역시 보람 있었다. 김 대표가 최근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포함된 것도 축하한다. 앞으로도 돌봄드림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계속 이어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