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엔화 가치 하락 현상이 이어지면서 국내 수출기업 중 엔화 결제 비중이 높은 플랜트·건설, 철강·비철금속 관련 기업들의 수출 대금이 줄어드는 등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철강 부문에서는 값싼 일본산 철근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국내 기업들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엔화 하락의 수출기업 영향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과 거래 중인 국내 234개 기업 중 33%는 엔화 하락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특히 엔화 결제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엔화 하락의 부정적인 영향을 강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플랜트∙해외건설이 67%로 가장 높았고 철강 ∙비철금속(44%), 기계류(38%) 등도 엔저의 부정적인 영향이 컸다.
엔저 현상이 긍정적이라고 답변한 산업군은 자동차(19%), 기계류(12%), 선박(8%) 순으로 집계됐다.
엔저 현상의 부정적 원인을 묻는 질문에 기업들은 '일본 수출상품에 대한 수출대금 감소'(5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엔저로 수출 금액이 줄어든 업종은 선박(100%), 플랜트∙해외건설(100%), 자동차(70%), 기계류(61%), 철강∙비철금속(57%)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엔저로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상품 대비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답변도 26%를 차지했다.
반면 일본 거래 기업 중 대부분은 '일본 원자재, 부품구입 시 원가부담 하락'(100%)을 엔저의 긍정적 영향으로 꼽았다.
연구소 관계자는 "엔화 하락은 우리 수출기업에 일본 기업과의 수출 경쟁에서 나타나는 영향보다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 감소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