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아주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조기 총선 승부수가 실패로 돌아서면서 엔화가 추가로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당분간 아베노믹스 정책기조 지속은 물론 재정부양책은 한층 강화될 여지가 커졌다"며 "엔화 추가 약세 기대감도 동시에 강화될 개연성이 생겼다"고 짚었다.
엔저가 이어질 경우 한국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일의 전산업 수출경합도는 0.458로 집계됐다. 1에 가까울수록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인데 10년 전(0.481)보다는 수출경합도가 축소됐다.
하지만 석유제품(0.827)과 자동차·부품(0.658) 주력 수출품의 경합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선박(0.653)과 기계류(0.576), 무선통신기기·부품(0.542), 반도체(0.530), 철강(0.505) 등에서도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엔저 현상이 올해에는 해소되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은행은 30~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정책금리를 결정한다. 당장 내달 미 대선과 같은 이벤트를 앞두고 일본은행이 정책금리 조정에 나설 가능성은 적으며 내년 초에나 금리 인상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교수는 "엔저가 심화되면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 일본은행은 금리 인상을 서두를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듯 하다"며 "미국이 금리를 내리는 반면 일본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엔캐리 부활은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엔저가 심화되더라도 한국의 수출에는 별다른 영향이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상존한다.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과의 금리차가 큰 만큼 통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공목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엔화가 약세를 보인다고 국내 수출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며 "한국도 미국에 비해 금리가 상당히 낮은 상황에서 원화 가치도 함께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