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4연속 금리 동결 속 매파적 기조를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의 통화정책 향방이 물가 기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최근 국내 물가 상승률이 2%대에 진입한 가운데 2%대를 유지할 경우에는 4분기 중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하겠지만 한은 전망 대로 물가 상승률이 반등할 경우 추가 금리 인상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ING은행은 17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3.75%로 인상할 가능성이 있으나, 인플레이션 향방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9월까지는 기존과 같은 매파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여러 상방리스크가 상존하고 있어 향후 인플레이션 경로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면서 "금통위원들 역시 3.75%로의 금리인상 카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ING은행 측은 이 총재 발언과 통방문을 바탕으로 한은이 오는 9월까지는 매파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9월을 전후해 한은이 타 주요국 중앙은행 통화정책과 인플레이션 경로에 대해 보다 명확한 분석이 가능해져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설정할 것이라는 시각을 내비쳤다.
강민주 ING은행 서울지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올해 내내 2%대에 머무를 것이라는 기존의 전망이 맞다면, 한은은 올해 4분기에 첫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며 "통화긴축 기조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가계소비와 투자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고 신용흐름 왜곡의 징후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이코노미스트는 다만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와 한미간의 금리차 확대가 금리인하 속도를 제한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