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국은행이 구조개혁 권하게끔 하는 사회

2024-11-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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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연일 구조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30일 서강대 특별강연에선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기 위해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주장하고, 지난 5일에는 가계부채 해법으로 리츠에 투자해 주택 거주 기회를 받는 '한국형 뉴리츠' 도입을 제안했다.

    이 총재는 취임 이듬해인 2023년부터 과거 절간같이 조용하다는 의미로 지칭된 '한은사(寺)'에 변화를 불어넣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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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강대 특별강연에 참석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오른쪽 사진장선아 기자
지난달 30일 서강대 특별강연에 참석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오른쪽). [사진=장선아 기자]
"각 대학에서 지방 학생들을 80% 비율로 뽑겠다고 하면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리츠(REITs)를 활용해 주거에 필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대출이 아닌 민간 자본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가계부채 증가를 완화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다."

한국은행이 연일 구조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30일 서강대 특별강연에선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기 위해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주장하고, 지난 5일에는 가계부채 해법으로 리츠에 투자해 주택 거주 기회를 받는 '한국형 뉴리츠' 도입을 제안했다.

이 총재는 취임 이듬해인 2023년부터 과거 절간같이 조용하다는 의미로 지칭된 '한은사(寺)'에 변화를 불어넣는 중이다. △외국인 돌봄서비스 △최저임금 차등화 △지역 거점도시 육성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 △농산물 수입 개방 등 주장이 여기 해당된다.

분명 이례적인 일이다. 한은이 구조개혁 리포트를 낼 때마다 중앙은행이 사회 문제를 다루며 혼란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종종 받는다. 본연의 역할인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총재가 세상 모든 문제를 짊어지려고 오버한다'는 기사 댓글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한은 총재가 왜 이렇게 사회 개혁에 열중일까. 아마 개혁의 갈피조차 잡지 못하는 현실 때문일 테다. 윤석열 정부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도 4대 개혁은 지지부진하다. 22대 총선 당시 여야가 앞다퉈 주장한 연금 개혁은 첫 발도 못 뗐고, 의료계와는 9개월째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저출산 문제도 해법 없이 공회전 중이다.

그러는 사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가파르게 하락해 지난해부터 미국에 역전 당했다. 경제 규모가 우리의 13배에 달하는 미국보다 잠재성장률이 낮아졌다는 것은 기초 체력이 허약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2분기(-0.2%)와 3분기(0.1%) 부진했던 경제성장률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한은의 구조개혁 리포트가 모두의 동의를 이끌어낼 순 없다. 다만 앞선 맥락을 고려할 때 한은의 만사 걱정은 고개를 짐짓 끄덕이게 한다. 진정 미래 세대를 위한다면 국가적 개혁 과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공론화해야 한다. 그걸 다른 기관도 아닌 한은이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이 총재는 지난 3월 "구조개혁을 달성하려면 알을 깨는 고통이 수반된다는 각오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높이 날기 위해서는 감싸고 있는 알에 금을 내야만 한다. 한은이 구조개혁을 외칠 수밖에 없는 우리네 경제 구조와 현실을 다시 돌아봐야 할 때다.
 
사진장선아 기자
[사진=장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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