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시민 '김 아무개'씨가 보내온 손편지 공개

2023-07-06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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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현수막 문제에 대해 단호한 결단 감사 표시...시민들의 마음 반영한 내용 적혀

아주경제 2023년 3월 15일자 '강대웅의 정문일침' 보도

유정복 시장 사진인천시
유정복 시장 [사진=인천시]
유정복 인천시장이 늦은 오후 집무실에 도착해 보니 꽃바구니와 편지가 있었다며 편지에는 정치현수막 문제에 대해 단호한 결단을 내린 데 대한 감사의 말씀이 담겨있었다"고 전했다.  

유 시장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보낸 이의 이름은 '김 아무개'로 되어 있었지만, 시민이 보내주신 편지에는 시민들의 마음을 잘 반영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치인만의 특권이자, 국민에게 피해를 안겨주던 ‘정치현수막’에 대해 시민의 행복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단호한 결단을 내린 데 대해 감사하다는 내용인데, 이것이 바로 시민들의 마음이라고 생각되어 편지 내용을 그대로 올려본다면서 소중한 편지에 담긴 마음,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 시민이 유정복 시장에게 보내온 편지 전문
사진유정복 시장 페북 캡처
[사진=유정복 시장 페북 캡처]
유정복 시장님께.

시장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과거 인천에 있었고 지금은 일 문제로 인천을 떠나서 있으나 조만간 다시 인천으로 갈 시민입니다.

저는 최근 길거리를 더럽히고, 시민들에게 박탈감과 스트레스만 '안겨주는 '정당 현수막'과 관련한 시장님과 인천시의 대응에 큰 힘과 감동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 시민은 자기 가게 앞에도 현수막을 마음대로 못 다는데. 일부 국회의원이 자기가 건 불법현수막을 지자체가 철거했다는 이유로 복수심과 특권 의식에 젖어 정치인에게만 현수막 자유게시의 특권을 부여하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사실, 국민들은 아직 잘 모릅니다.

정당활동이 일반시민과 비교 대상이냐며 법 개정에 우려를 표하던 행안부 차관을 윽박지르고 기억이 거대 양당이 야합하여 통과시킨 그 경악스러운 과정, 시민들은 잘 모릅니다.

그러나 정치권은 올 초 논란이 일자 반짝 개정안 몇 건만 발의해 놓고 논의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홍보되는 것 같으니 뭉개는 것이겠지요.

야당은 지자체가 충분히 단속할 수 있다며 말도 안되는 소리만 반복합니다.
채널A와 경인지역 언론들이 (아주경제 2023년 3월 15일자 '강대웅의 정문일침' 보도) 계속 문제제기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기분 좋게 시작한 하루를 정치 현수막을 보며 망치고 있습니다. 짜증이 나고 억장이 무너지며 그들의 특권에 분노가 치밉니다. 정치인들은 정녕 이렇게 국민을 무시하면서 왜 급할 때는 국민을 잘 모시겠다며 기만하는 것일까요?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시장님께서 나서서 계속 언론에 문제를 제기하시고, 조례를 개정하시고, 나아가 위헌심판까지 제기하신다는 뉴스를 보았을 때 저는 한 줄기 빛을 보았습니다.

3월부터 계속 시장님과 인천시의 행보만 간절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시장님. 아직 국민적 공분이 크게 일어나지는 않지만, 저같이 썩어빠진 정치판에서 시장님의 그 노력과 기개를 지켜보고 희망을 품는 사람이 많습니다.

요즘은 이런 나라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지 않아 이민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저출산의 근본 원인도 현수막으로 대표되는 정치 갈등, 사회 갈등이 가장 큰 원인인데, 그 수단인 현수막이 자유롭게 나부끼는 것을 보고 절망했거든요. 그런데 요즘 시장님의 행보를 검색하는 것만으로도 신이 나고 힘이 납니다. 법안 개정이 늦어지더라도 혐오현수막, 특권현수막 청정지대인 인천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졌습니다.

시장님,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말아 주십시오.
저 같은 일개 시민들이 시장님만 간절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절박하게 응원하고 있습니다.
상식이 비상식을 이기는 모습을 꼭 우리 시민과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주십시오.

작년 옥외광고물법 개정 과정에서 행안위 때 국회의원들의 발언은 그들이 왜 이 법안을 원했는지 잘 보여줍니다. 그것을 시민들이 공분하고, 그들을 규탄한 것입니다. 정치인의 개인 홍보가, 정당의 무책임한 선동이, 그 특권의식을 공공연히 드러낸 의원들의 이기심을 꼭 널리 알리고 징벌해 주십시오.

특별히 되는 사람은 현역 의원, 당협위원장, 현수막 업자뿐이고, 그걸 매일 강제로 봐야 하는 시민들은 모두 피해자가 되는 이 악법과의 전쟁에서 꼭 승리해 주십시오.

시장님, 정치권의 압박이 있어도 굴하지 말아 주시고, 길이길이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하는 그런 명 시장님으로 계셔 주십시오. 그래서 여느 선진국처럼 현수막 따위 나부끼지 않는 청정 거리를 시민들에게 꼭 들려주십시오.

정치인들이 정당활동 자유 운운하며 개인 홍보를 열심히 하고, 법 개정 목소리에는 귀를 닫는 그 위선을 꼭 응징해 주십시오. 우리 아이들에게 혐오가 노출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주십시오. 

간곡히 부탁드리고 또 부탁드립니다. 시장님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리고 항상 성원하겠습니다.

제가, 그리고 시민들이 시장님만 믿고 있다는 것, 그리고 후원하고 있다는 것, 믿고 흔들림 없이 위헌판결, 법안 철폐를 이끌어내 주십시오.

힘없는 시민인 제가 이런 거라도 드릴 것밖에 없습니다. 오랜만에 인천에 왔더니 확실히 현수막이 적습니다. 좀 있긴 하지만 아직 지정게시대를 만들지 않아서 그렇겠지요.

혐오물들은 그들끼리 격리해야 합니다. 누가 봐도 시장님 말씀대로 국민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악법이지만 위헌 심판이 혹시 안 나오더라도 충분히 정치권에 경종을 울려 지자체 위임 가능 법 개정은 끌어 낼 수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희망하고도 영원합니다.

이 모든 게 시장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예전에, 그리고 앞으로도 인천시민일 김 아무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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