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에 자연 담기 ⑤] 조희연 "지방소멸 실질적 대책…국가정책으로 발전해야"

2023-07-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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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시교육청 '농촌유학'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특히 신경 쓰는 사업이다. 기후위기가 전 세계 화두로 떠오르자 서울 학생들의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방안을 고민했다. 고민 끝에 나온 사업 중 하나가 농촌유학이다. 조 교육감은 "농촌유학을 떠나는 아이와 가족 모두 농촌유학으로 삶의 전환을 맞이하고, 생태 감수성을 가진 생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노력도 담겨있다. 보통 농촌유학을 가는 학생은 가족과 함께 이동한다. 자연스럽게 젊은 인구가 시골 마을에 정착하는 효과를 낳는다. 조 교육감은 "농촌유학은 지방소멸에 가장 실질적인 대책이자 중장기적 대책"이라며 "국가 차원의 정책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농촌유학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생태시민 육성을 목표로 서울 아이들에게 생태 감수성을 키워주고자 시작했다. 최적의 생태교육 공간을 제공하고자 다른 시도교육청에 농촌유학 사업을 제안했다. 지방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전라남도의 '도시 학생 유입을 통한 작은 학교 살리기'라는 자체 수요와 맞물려 2021년 처음으로 시행했다. 농촌유학을 떠나는 아이와 가족 모두 삶의 전환을 맞이하고 생태 시민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서울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

"지난 몇 년간 대도시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아이들이 집에만 머무는 '집콕' 상황이었다면, 농촌유학 아이들은 텃밭 가꾸기·반딧불 축제·갯벌체험 등 가족 단위 체험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특히 어린 시절 자연이 선물해 준 고향의 추억은 성인이 돼 지치고 힘들 때 마음의 휴식을 준다. 중요한 것과 먼저 아끼고 지킬 것을 알게 해 준다. 도시의 바쁜 삶에서 잠시 벗어나 아이들에게 '제2의 고향'을 선물하고 싶었다. 자연을 통해 생태 감수성을 가지면 기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해결 방법 등을 탐색할 소양을 갖춘 생태시민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

-시골 학교에도 실제로 도움이 되나.

"전남과 전북에 있는 60여 개 농촌유학 학교는 도시에서 유학 간 학생들로 인해 작은 학교가 폐교되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학생 수 증가로 교원 충원이나 추가 예산 확보 등도 할 수 있다. 5년간 동급생 친구가 한 명도 없던 폐교 위기 학교 학생은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작은 학교 학생들도 '함께 학습하는 협력적 배움의 즐거움'이나 '공동체적 삶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 아빠가 휴직하고 아이들과 함께 전남 해남으로 유학을 간 가정이 있는데, 지역 활성화 방안을 구상하면서 카페도 운영한다. 지역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행사나 축제 등 다양한 활동도 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조희연 서울시교육감[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가장 인상 깊은 농촌유학 사례는.

"얼마 전 로컬 퓨쳐스가 개최한 '세계 지역화의 날(World Localization Day) 포럼'에 참여한 학부모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2022년 전남 구례 광의초에서 농촌유학을 시작한 5학년 학생 학부모인데 "아이와 선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교·마을·지역이 함께 아이들을 행복하게 교육하고 있다"고 했다.

프로그램을 시작한 취지와 가장 가깝게 참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했다.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지속해서 유지·발전할 수 있게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농촌유학이 지속가능한 정책이라고 보나.

"서울 학생에겐 생태시민으로 성장할 기회를, 국가 해결 과제로 떠오르는 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은 마을과 학교가 살아날 좋은 계기가 된다.

인구소멸·지방소멸 위기에 처한 모든 지역은 마을 공동화와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농촌유학생과 가족들을 유치하면 폐교 위기의 작은 학교가 살아나고, 학교가 살아나면 자연스럽게 마을도 살아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농촌유학의 90% 이상이 선택하는 '가족체류형'은 학생과 가족까지 유입되기 때문에, 지방소멸에 가장 실질적인 대책이자 중장기적인 대책이라 생각한다.

최근 농촌유학 효과성을 인지한 정부도 '고향올래(GO鄕ALL來)' 프로젝트 같은 농촌유학과 연계한 정책을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시의회에서 농촌유학 관련 조례를 결국 폐지했다.

"학생과 학부모가 농촌유학을 결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연이지만, 학업 만족도도 의외로 높다. 농촌유학 학교는 학생 수가 적은 게 최대 장점이다. 아이들 수업 집중력이 높아지고, 방과후수업도 거의 일대일로 이뤄져 중국어 같은 외국어 수업은 개인과외처럼 집중적인 수업을 받을 수 있다. 학원이 없어 오히려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일각에서는 농촌에서 생활할 학생과 가족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농촌유학 사업은 더 넓은 국가적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기후위기 문제를 생태시민 육성으로 극복하는 '인간·자연의 공존과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정책'이자, 지방소멸 문제를 생태시민 양성으로 극복하는 '도시·농촌 공존과 상생모델'이다. 영국 BBC와 일본 아사히신문 등 전 세계가 주목하는 교육 정책이기도 하다.

나는 물론 농촌유학 사업에 자문을 해주는 모든 사람이 지금은 서울시교육청과 몇몇 지역교육청이 주도하는 사업이나, 궁극적으로는 국가 차원의 정책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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