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분야 갑질 근절 대책' 5년째…지자체 3분의2 '조례 無'

2023-07-0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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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월 정부 중앙 부처에서 근무하던 40대 공무원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가족은 A씨가 상사로부터 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족들은 상사가 A씨에게 공개적으로 욕을 하고 고함을 쳤다고 전했다. A씨는 "사람 대접을 못 받는다" "직장에서 복직 전화가 와서 불안하다" 등 가족들에게 어려움을 호소했다. 현재 정부는 진상조사를 진행 중이다.

정부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이 나온 지 5년이 지났음에도 전체 지자체 3분의2가 조례를 만들지 않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내용이 미흡한 경우도 많아 여전히 공공분야 갑질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2018년 공공부문 갑질을 근절하고 민간으로 확산하겠다는 취지로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대책은 △지자체 기관별 자체 점검·정비로 법령·조례·지침 정비 △연 1회 기관별 갑질근절 대책 수립·시행 △기관별 '갑질 피해 신고·지원센터 설치·운영과 2차 피해 모니터링 △반기별로 기관 차원에서 갑질 실태조사 실시 등이 골자다.
 
직장내괴롭힘 당해도…10명 중 7명은 '참거나 모른 척'
직장갑질119가 지난 3월 3일부터 10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중앙·지방 공공기관 노동자 22.6%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직장내괴롭힘을 당했을 때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은 67.9%에 달했다. 5~30인 미만 기업(59.0%)·30~300인 미만 기업(48.7%)보다 높은 수치다.

배경은 지자체의 미비한 공공분야 갑질 근절 노력이다. 기초지자체 226개 중 143개(63.3%)는 갑질 조례가 없었다. 조례가 있는 83개(36.7%) 중에서도 내용이 미흡한 경우가 많았다. 신고·상담기관 조항이 미흡하거나 없는 곳이 45개(54.2%)에 달했다. 신고·상담기관은 심리상담·2차 피해 모니터링 등 신고자에 대한 보호·지원체계를 말한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시·소속기관·투자·출연·출자기관에 근무하는 모든 인력'에게 조례가 적용되는 곳은 25개(30.1%)에 불과했다. 지자체 27개는 조례가 소속 공무원에게만 협소하게 적용됐다. 2개는 조례 적용 범위를 명시하지 않았다. 직장갑질119는 "이 경우 공무원이 아닌 공무직·위탁기관 노동자는 직장내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명시하는 조치의무보다 미흡하거나 조항이 없는 지자체도 있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지체없이 조사 △조사 중 피해자 보호 등 조치의무가 있다. 조례가 있는 기초지자체 83개 중 신고 접수 후 조사와 관련한 조항이 없거나 미흡한 곳은 31개(37.3%), 행위자 조치에 대한 조항이 없거나 미흡한 곳은 41개(49.4%)였다.

직장갑질119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조례의 '허위신고 독소조항'이라는 지적이다. 기초지자체 83개 중 절반 이상인 43개(51.8%)가 조례에 '허위신고자에 대한 처벌'을 명시했다. 허위신고와 익명신고의 경우 조례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명시한 곳까지 고려하면 53개(63.9%)다. 직장갑질119는 "폐쇄적인 공직사회에서 대다수 공무원들은 신고를 하지 못하는데 허위신고 처벌이라는 독소조항까지 있다면 용기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 '갑질종합대책' 5년 현황 점검해야
정부가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 현황을 점검하고 조례 제정을 촉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정부 갑질 종합대책 사각지대는 기초지자체"라며 "그나마 조례를 마련한 지자체도 내용이 제각각이고 독소조항까지 있었다"고 진단했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갑질 관련 조례를 제정·운영하지 않고 있는 143개 기초자치단체장은 종합대책에 따라 조속히 조례를 제정·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행정안전부도 표준조례안을 마련해 기초자치단체에 제공하는 등 정부 갑질 종합대책 이행률 제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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