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필요성 높지만···현행법상 '일괄 적용'엔 한계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은 인격권 침해라는 점에서 사업장 규모나 고용 형태에 따라 보호에 차등을 둘 문제는 아니다"며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는 노동조합 가입이 어려워 직장 내 괴롭힘 발생시 대응이 더 힘들다"며 "보호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다만 현행법을 유지한 채 적용 대상만 확대하면 영세사업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권 교수는 "현행법이 규정하는 조사·조치 의무는 대규모 사업장을 염두에 두고 설계돼 있다"며 "법을 적용한다고 해도 이행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가령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확인했을 때 행위자 근무 장소 변경 등 조치를 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무 장소를 변경하기 어렵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는 사용자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도 어렵고 조사·조치 의무를 누가 져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보호 대상이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 대해서는 적용하기 힘든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용자가 대응하되 정부 지원 중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되는 상시 근로자 5~250인 미만 사업장도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사·조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력 부족과 금전적 문제 등으로 괴롭힘 대응 체계를 마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피해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신고해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 변호사는 "규모가 작은 기업은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해도 조사·조치하기 위한 사용자 의지가 부족하거나 의지가 있더라도 대처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에 대응하게 되면 사건 해결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권 변호사는 "피해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해도 강제수사권이 없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용자가 자체적으로 피해 근로자와 행위자를 조사하고 증거를 확보하면 조사가 훨씬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법·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용자 조사 여력에 한계가 있을 때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근로자 간 화해를 끌어내기 위해 지원을 하거나 산업별 노동조합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해 사업장 밖에서 해결을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도 "공적 기관이 개입하거나 공인노무사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하는 등 대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