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채권 400억 상속분쟁'…이호진 전 태광 회장, 누나 상대 승소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2018년 12월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2차 파기환송심 1회 공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61)이 누나 이재훈씨(67)를 상대로 선친이 물려준 수백억원대 차명 채권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소송 1심에서 이겼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손승온 부장판사)는 이 전 회장이 재훈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400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 사건이 시작된 건 2010~2011년 검찰의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를 통해 이들 남매의 아버지인 이임용 선대회장이 차명으로 갖고 있던 400억원 상당의 채권이 드러나면서다. 이 전 회장은 당시 세무조사에서 문제의 채권 실소유자는 자신이며 타인 명의로 취득해 매도하지 않고 보관 중이라는 확인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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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회장은 아버지의 유언을 근거로 400억원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다. 1996년 사망한 선대회장의 유언은 '딸들을 제외한 아내와 아들들에게만 재산을 주되, 나머지 재산이 있으면 유언집행자인 이기화 전 회장(이호진 전 회장의 외삼촌, 2019년 작고) 뜻에 처리하라'였다.

태광그룹 자금 관리인은 2010년께 이 채권을 재훈씨에게 전달한 뒤 2012년 내용증명을 통해 이를 반환하라고 요청했으나 재훈씨는 응하지 않았다.
 
이에 이 전 회장은 400억원은 유언의 '나머지 재산'에 해당한다며 2020년 재훈씨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재산 중 드러난 재산은 형(이식진 전 부회장, 2004년 작고)과 반분하되, 차명 재산은 ‘나머지 재산’이란 형태로 외삼촌으로 하여금 나에게 집중시키도록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훈씨는 “그 유언은 무효이며, 채권은 동생이 맡긴 게 아니라 내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재훈씨가 상속권을 침해당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아 채권에 대한 소유권이 이 전 회장에게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상속 개시 당시 원고는 단독으로 상속받을 권리는 없었다"면서도 "피고는 제척기간(침해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10년) 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아 원고가 단독 상속인으로서 온전한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에게 잠시 맡긴 것이 아니라면 이 채권을 아무런 대가 없이 피고에게 종국적으로 처분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피고는 채권을 반환하지 않고 채권원리금을 상환받거나 제3자에게 처분했으므로 반환의무 불이행(이행불능)을 이유로 채권원리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