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떠난 자리엔 빚만 남았습니다. 코로나 기간 쌓인 적자를 대출로 채우다 보니 이젠 대출이 대출을 낳아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듭니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하모씨(43)는 올해를 끝으로 장사를 접을 계획이다. 고금리 여파로 소득 개선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더딘 반면 빚 부담은 오히려 크게 늘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충격과 경기 부진 등 여파로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자영업자 전체 금융권 연체율은 1%대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1014조2000억원, 4분기는 1019조9000억원이었다. 올 1분기 대출 잔액이 석 달 새 13조9000억원이나 늘었다. 자영업이 위기에 처했음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대출 잔액 증가와 함께 연체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자영업자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00%다. 지난해 4분기(0.65%)보다 0.35%포인트 높다. 연체율 상승 폭도 지난해 4분기(0.12%포인트)나 3분기(0.06%포인트)와 비교해 크게 뛰었다.
1.00%라는 연체율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4분기(0.76%)를 웃돌 뿐 아니라 2015년 1분기(1.13%)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도 1분기 6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4조1000억원)보다 53.7%나 늘었다. 증가율이 4분기(24.2%) 대비 두 배 이상이다.
문제는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지만 모든 소득 계층에서 자영업자 대출은 줄지 않고 계속 더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2022년 4분기 119조9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123조원으로 3조1000억원 불었다.
같은 기간 고소득 자영업자(713조9000억원→723조6000억원)와 중간 소득 자영업자(186조원→187조2000억원) 대출도 각 9조7000억원, 1조2000억원 늘었다.
저소득·고소득 자영업자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대출 잔액은 각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비(非)은행 2금융권 대출 연체율이 더 심각한 상태다.
1분기 기준 은행권과 비은행권 자영업자 연체율은 각 0.37%, 2.52%로 집계됐다. 작년 4분기와 비교해 은행에서 0.11%포인트 오르는 동안 비은행권에서는 0.92%포인트나 급등했다.
은행권 연체율은 2019년 1분기(0.38%) 이후 4년 만에, 비은행권 연체율은 2020년 2분기(2.59%)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편 자영업자 대출 현황은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약 100만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사업자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더해 분석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