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대출 공급이 바닥난 상황에서 대출액·연체액도 역대 최대치로 불어나며 자영업자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취약 자영업자들이 늘고 폐업도 쏟아지는 상황 속에 금융당국은 정책상품 등을 재정비해 효율적인 서민금융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금융권 또한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을 구하기 위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29일 한국은행(한은)이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자영업자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64조4000억원으로 2분기 말(1060조1000억원)과 비교해 불과 3개월 사이 4조3000억원이나 더 불어난 수치이며, 2012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다.
자영업자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도 3분기 말 총 18조1000억원으로 추산됐는데 이 또한 역대 최대치다. 소득과 신용이 낮거나 다중채무(각 기관 대출 3개 이상 보유)를 보유 중인 '취약 자영업자'도 늘어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자영업자 중 저소득 차주(하위 30%)는 작년 말 47만9000명에서 올 3분기 말 49만4000명으로, 저신용 차주(하위 30%)는 19만9000명에서 23만2000명으로 늘었다. 자영업자 중 다중채무자는 3분기 177만4000명으로 지난해 말 대비 9000명가량 줄었지만 대출 잔액은 오히려 754조4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9000억원 늘었다.
3분기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1.55%로 집계됐는데 이는 올해 1분기 9.83% 대비 1.72%포인트나 늘어난 수치다. 한은 관계자는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 차주가 증가한 점에 유의해 채무 상환 능력을 점검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계엄과 탄핵 등 정치적 혼란으로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88.4)는 11월보다 12.3포인트 급락했으며 이달 음식점 카드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4%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을 선택하는 자영업자도 많다. 지난해 폐업 사업자 수는 98만6000명으로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올해와 내년 폐업 자영업자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 속에 금융위원회(금융위)는 햇살론과 소액생계비대출 등 서민금융 관련 정책금융 상품 재정비에 나선다. 정책서민금융 예산 감소로 재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연체율도 지나치게 빠르게 올라 관리가 필요해져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체를 줄이고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필요한 사람에게 자원이 돌아가는 방식으로 재정비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금융권은 내년에 자영업자를 살리고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자금을 집중 투입할 예정이다. 정부는 생활물가 안정과 서민생계비 부담 완화를 위해 내년에 11조6000억원을 지원하고, 연간 온누리상품권 사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1조원 늘린 5조5000억원으로 확대해 소비 진작에 나선다. 은행권도 위기를 겪는 자영업자 25만명에게 내년 1분기부터 연간 7000억원 규모로 3년간 2조1000억원+α를 지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