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약 1조원 규모의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가 정부의 판정승으로 종결된 가운데,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된 지 8년이 흘렀지만 엘리엇 사건 외에도 한국 법원과 해외 중재 기관에서 법적 분쟁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건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아직 심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은 합병 당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제일 모직 주가를 높이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기 위해 주가 정보를 거짓 유포하거나 은폐했다고 보고 있다. 또 국민연금 의결권을 확보 하기 위해 불법 로비를 저질렀으며, 이같은 과정을 이 회장 역시 모두 알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 측은 "당시 합병은 합리적인 경영 판단이었고 합병 후 경영 실적도 개선됐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 1심 재판만 4년 째 이어지고 있다.
국내 주주들이 국가와 삼성 측을 상대로 낸 소송도 있다. 삼성물산 주주 72명은 2020년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행사해 합병이 성사됐으니 국가에 배상 책임이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약 9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지난해 11월 원고 패소 판결했다. 현재 항소심은 서울고법 민사14-1부에서 진행 중이다.
또다른 주주 32명은 같은 해 삼성물산에 2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주주 19명은 2021년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및 이재용 회장 등을 상대로 2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두 사건 모두 아직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탈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엘리엇과 마찬가지로 손해를 봤다며 ISDS를 제기한 사건도 있다. 규모는 2억 달러 수준이다.
메이슨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이 투표 찬성 압력을 행사해 양사 간 합병비율이 적절치 않은데도 찬성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엘리엇 사건과 사례가 같아 메이슨이 낸 ISDS도 엘리엇과 비슷한 판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 출석하면서 "결정문을 상세히 분석하고 있다"며 "어떤 조치를 할지 충분히 숙고한 뒤 책임 있는 설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