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중국을 대신할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미국과 인도가 반도체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할 전망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미국을 방문한 가운데 미국과 인도 양국이 인도의 반도체 제조 활성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미국에 도착한 모디 총리는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국빈만찬을 갖는다. 모디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 외에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미국 주요 기업가와도 만난다.
인도는 미국의 최대 무역국이다. 특히 공급망에서 탈중국을 추진하는 미국에 인도는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균형을 제공하는 유일한 나라라는 평을 받는다.
모디 총리 방문 중 주요 의제는 기술 분야에서 비즈니스 관련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양국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규제 강화 일환으로, 인도 내 첨단 반도체 제조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익명의 소식통은 전했다. 미국과 인도 간에 상호 반도체 의존도는 커지는 모습이다. 미국의 올해 1분기 인도산 반도체 수입량은 전년 대비 38배 넘게 늘었다.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NSC)은 이날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탄력적인 공급망, 청정에너지, 반도체 및 기후 변화 등에서 인도보다 더 중요한 파트너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수십 년간 인도가 전략적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주요 기업들 역시 인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애플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인도에서 아이폰 생산량을 늘리고 있으며, 미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인도에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양국은 국방 협력도 강화한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인도 국영 힌두스탄항공(HAL)은 인도 전투기용 엔진을 생산하기 위해 계약을 맺는다. 전문가들은 두 회사가 기술 이전을 허용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협회(CFR)의 만자리 채터지 밀러 선임 연구원은 “미국은 군사 기술 공유에 매우 예민하다”며 “GE가 인도에서 전투기 엔진을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미국이 (인도와의) 파트너십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도가 반도체 제조업체들을 유치하기 위해 보조금 정책 등을 도입하고 있으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TSMC 등에 전력과 물을 중단 없이 공급할 수 있을지 등은 의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알파벳(구글), 트위터 등 인터넷 기업들도 인도의 표현의 자유 억압, 반독점 벌금 부과 등에도 불구하고 인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인도의 인터넷 사용자는 약 8억3000만명으로, 단일국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