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칼럼] 글로벌 인력 확보 전쟁…한국과 인도 인재 협력 강화해야

2024-12-22 20:14
  • 글자크기 설정
라지브 쿠마르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HK 연구교수
[라지브 쿠마르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HK 연구교수]


반도체와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 산업에서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려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 같은 국가들은 한때 우위를 점했던 반도체 제조와 같은 산업의 생산을 자국으로 이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며 야심 찬 확장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향후 5년 동안 16만 명의 신규 반도체 엔지니어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현재 매년 1,500명만을 양성하고 있다. 일본은 다양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반도체 제조 역량을 회복하려고 하고 있지만, 역시 인력 부족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일본은 이러한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 약 5만 명의 숙련된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반도체 제조 강국인 한국과 대만도 비슷한 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으며, 이는 이들 국가의 제조 활동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숙련된 인력의 부족은 주요 기술 강국들 사이에서 외국 인재를 확보하려는 경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이는 첨단 기술 산업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미래 기술력을 결정짓기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따라서 외국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주요 경제 강국들 사이에서 치열해지고 있는 기술 경쟁 속에서 지배적인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인재 전쟁이 부상하는 가운데, 인도의 중요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인도는 글로벌 인재 강국으로 떠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NVIDIA의 CEO인 젠슨 황(Jensen Huang)은 최근 인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인도가 첨단 기술 산업을 위한 숙련된 인력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국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인적 자원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인도 정부는 특히 반도체와 AI 분야에서 숙련된 인재의 허브로 인도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인 인력 부족 상황 속에서 글로벌 산업에도 인재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의 인재 공급 잠재력을 인식한 미국, 일본, 대만은 인도와의 인력 개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서둘러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들 국가는 숙련된 인재 개발 및 첨단 기술 산업 협력과 같은 분야에서 인도와 최근 다수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예를 들어, 대만은 2024년 2월 인도와 MOU를 체결하여 대만 반도체 산업에서 일할 인도의 숙련된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과 일본도 첨단 기술 산업의 인력 개발을 강화하기 위해 인도와의 협정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MOU와 협정 외에도, 산업 협회와 대학들에 의해 추진된 중요한 발전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반도체 산업 협회(SIA)는 인도 전자 및 반도체 협회(IESA)와 공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숙련된 인재를 개발하고 있다. 일본의 공공기관인 일본국제협력기구(JICA)는 세계적인 엔지니어를 배출하는 인도의 IIT(인도공과대학교)와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일본 기업의 반도체 산업 인력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또한, 미국의 퍼듀대학교(Purdue University)는 인도 정부와 MOU를 체결하고, 인도 대학들과 협력을 통해 첨단 기술 산업을 위한 숙련된 인재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기술 기업들이 인도의 반도체와 AI 분야 인력 개발에 대규모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발전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첫째, 퀄컴(Qualcomm)과 메타(Meta)와 같은 미국 기술 기업들은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인도 반도체 미션(India Semiconductor Mission)과 인도 AI 미션(India AI Mission)과 같은 야심 찬 프로젝트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이는 인도 정부가 외국 기업과 대규모로 인력 개발에 협력하는 최초의 사례로, 미국과 인도 간의 기술 파트너십이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미국 기업들은 인도에서 독립적으로 다양한 인력 개발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AMD와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pplied Materials)와 같은 미국 기술 기업들이 최근 인력 개발에 투자하고 인도에 새로운 엔지니어링 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사례를 들 수 있다.

글로벌 인재 경쟁은 한국과 인도 간 협력에 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첨단 제조업의 선두주자인 한국은 인도의 숙련된 인력을 활용하여 큰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다각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정부 차원의 협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과 인도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협력의 주요 분야를 식별하기 위한 공동 태스크포스를 설립해야 한다. 둘째, 한국의 대학과 기관은 인도의 대학 및 기관과 협력하여 인도 인재를 유치하고 양성해야 한다. 셋째, 한국의 기술 기업은 인도의 공공 및 민간 부문과 협력하여 인적 자원 개발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한국과 인도는 첨단 기술 산업의 인력 개발 협력에서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협력이 효과적으로 실행된다면, 양측 모두에게 첨단 기술 산업에서의 이익을 확보하는 데 기적적인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라지브 쿠마르 필진 주요 이력

▷인도 델리대학교 학사​ ▷성균관대학교 박사 ▷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연구소 연구교수 ▷ 전 하와이대학교 동서문화센터 객원연구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