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팬데믹 이후의 '뉴노멀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핵심과제로 '기후변화 위기'를 언급하며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 역시 그 대응을 위해 기후변화 관련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 개발과 더불어 ESG 중심의 외환보유고 투자,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한 시장조성 방안과 중소기업 전환 방안 등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한은 컨퍼런스홀에서 개최된 '녹색금융 국제컨퍼런스'에서 환영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컨퍼런스는 한은과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공동 개최한 행사로 '탄소중립 대전환 시대 녹색금융 역할 : FISRT KOREA로 가는 길' 제하의 주제로 진행됐다.
이 총재는 이 자리에서 폭염과 산불, 홍수 등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이슈가 우리 삶의 질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지난 20년간 약 40억명이 기후재해로 영향을 받았고, 50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경제적 피해는 34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가세하면서 자연재난이 빈번해지고 광역화되고 있으며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후위기로 인해 기업 수출 구조 등 국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여지가 크다는 시각이다. 이 총재는 "한국은 화석연료 의존도(2021년 기준)가 64%로 높은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7% 수준으로 단기간에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운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며 "사전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글로벌 환경규제로 인해 수출이 크게 제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수출기업들에게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고 전환과정에서 우리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환경 관련 글로벌 규제가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변화를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며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들의 RE100 캠페인, 환경을 저해하는 기업들을 투자대상에서 배제하는 블랙록, 뱅가드 같은 거대 자산운용사들의 강력한 조치 등이 좋은 예"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수출기업을 지원하는 금융기관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은행, 투자회사 등으로 결성된 ‘글래스고 금융협의체(GFANZ)’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금융기관 스스로가 공표한 목표에 실질적인 성과를 보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며 "2030년이 다가올수록 친환경관련 글로벌 규제와 목표달성 압력은 더욱 더 강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기후변화 위기가 새로운 성장과 발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코로나19 감염병이 글로벌 보건위기를 불러일으켰지만 백신개발에 성공한 바이오앤텍, 모더나 같은 바이오 기업에게는 비약적인 성장의 기회였다"면서 "기후변화 위기 역시 준비된 기업들에게는 급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기후금융 대응에 있어서 한은도 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함께 밝혔다. 그는 "한은은 기후변화가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개발 등 조사연구와 함께 외화보유고 운용 등 ESG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한 시장조성 방안과 함께 중소기업의 전환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금융당국과 함께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