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 이후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 채권을 잇따라 발행하며 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영향으로 지난 1분기 역대급 실적을 내면서 시장에 수요가 몰리자 지금을 자본 확충을 위한 적기로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당국이 'IFRS17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추후 순익과 건전성 지표가 떨어질 가능성도 상존해 '물 들어올 때 노 젓기' 전략을 펼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라이프는 이달 진행된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 결과 목표 금액인 2000억원 대비 약 2.5배 수준인 502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이번 흥행에 신한라이프는 당초 신고 금액인 2000억원에서 1000억원을 증액해 이사회 승인 한도인 총 300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다. 금리는 연 5.20%다.
지난 4월에는 푸본현대생명이 후순위채 수요예측에서 800억원 수요 확보에 성공해 이 금액으로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당초 목표 금액은 700억원이었다.
보험권은 지난해 흥국생명 콜옵션 미상환 사태와 올 초 크레디트스위스(CS) 신종자본증권 상각 사태 등이 겹치며 관련 업계에서 채권시장 수요가 급격히 얼어붙었지만 올 1분기 역대급 실적을 내면서 4월 이후 상황이 역전됐다는 분석이다. 수요예측 금액이 대부분 목표치보다 상향된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1분기 보험사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2조1600억원 늘어난 5조23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올해 1분기 만에 지난해 순익(9조1801억원) 절반가량을 뛰어넘은 수치다.
아울러 당국이 최근 내놓은 'IFRS17 가이드라인'으로 올 2분기를 포함한 이후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존재해 이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분석도 나온다. 앞서 지난 1분기 보험사들이 올해 IFRS17 도입에 맞춰 자의적 가정으로 보험계약마진(CSM) 등을 과대 산출하고 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커졌다. 이에 당국은 보험사가 세운 가정보다 보수적 기준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당국이 지난달에 이어 추가 가이드라인을 계속 발표한다는 방침이어서 계리적 가정을 높게 측정한 대부분 보험사의 자본·순익·재무건전성 등 수치가 2분기 이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직후를 기회로 채권을 발행해 높은 금액을 주문받아 이후를 대비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