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에 대한 연결 내부회계 외부감사 제도 도입이 5년 유예된다. 감사인 지정 비율을 낮추기 위해 재무기준 미달사유 등 직권지정 사유도 대폭 완화된다. 다만 개편이 논의됐던 주기적 지정제는 현행대로 유지된다.
금융위원회는 11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회계제도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2017년 도입된 신외감법이 기업의 감사부담 증가를 야기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보완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제도가 도입된다. 대형 상장사는 자본시장과 투자자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이미 도입 준비를 대부분 마쳤기 때문이다. 다만 연결내부회계관리제도 도입 유예를 신청한 기업에 한해 예외적으로 최대 2년간 유예를 허용한다.
금융위는 "연결 내부회계 제도 시행일 이후 2년간은 계도 위주로 감리할 예정"이라며 "고의로 회계처리를 위반하는 경우가 아니면 개선권고 위주로 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연결 내부회계 감사의견 공시기업에 대해서는 별도 내부회계 감사의견 공시의무가 면제된다. 지배회사의 연결 내부회계 감사의견에 종속기업 내부회계 효과성에 대한 의견도 포함되기 때문에 별도 감사의견을 통한 중복 보고 필요성이 낮기 때문이다.
자산규모가 1000억~5000억원인 중소 비상장 회사가 신규 상장하는 경우에도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가 3년간 유예된다. 감사비용 부담이 기술력을 가진 중소 비상장사의 상장유인을 낮추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상장회사의 감사인 지정비율을 적정화하기 위해 직권지정사유도 27개에서 11개로 축소한다. 지난해 지정감사를 받는 기업의 비율이 50%를 상회하면서 품질경쟁 저하와 과도한 감사보수 요구 등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회계부정과 관련성이 낮거나 경미한 감사절차 위반 사유는 과태료 등으로 대체한다. 또 회계부정위험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지는 재무기준 미달사유와 투자주의환기종목 지정 등은 법령개정을 통해 폐지한다. 회사와 주주, 채권자 요청이나 상장예정법인 등 자발적 지정사유와 회계부정 연관성이 높은 사유는 유지된다.
대신 주기적 지정제는 당분간 현행대로 적용된다. 제도 도입 이후 3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분석할 수 있는 실증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재무기준 사유로 직권지정된 회사는 지정기간 중 동일한 사유가 발생해도 1~3년의 최소 자유선임 계약기간이 보장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2020사업연도에 감사인 지정을 받은 기업들은 올해 자발적으로 감사인을 선정했고 이에 따른 2023사업연도 사업보고서는 2024년 3월에 제출된다"며 "감사인 지정제 도입효과는 이들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검토해야 확인할 수 있다.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감사비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던 표준감사시간 적용도 유연화된다. 금융위는 일단 공인회계사회 회칙 및 행동강령 등 관련 규정에서 표준감사시간이 강행규범으로 오인될 수 있는 관련 조항을 폐지한다. 강행규범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표준감사시간이 법정시간 또는 최저감사시간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또 감사인은 감사시간 산출내역 등 세부사항에 대해 기업과 합의한 후 합의내용을 금감원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표준감사시간을 산출하는 표준감사시간심의위원회 구성도 개편한다. 우선 회계정보이용자 위원 규모를 4명에서 2명으로 축소하고 추천기관도 한국공인회계사회장에서 금감원으로 변경한다. 변경 후 위원회 구성은 기업계 5인과 회계법인 5인, 회계정보이용자 2인, 금감원 1인 등 13명으로 축소된다. 표준감사시간 산정에 기업 의견을 보다 많이 반영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거래소에 있는 중소기업회계지원센터는 지정감사인과 기업 간 분쟁조정기구로 활용된다. 감사인 권한남용행위가 적발될 경우 센터는 증권선물위원회에 지정취소 및 관계자 징계를 건의할 수 있다.
상장회사 지정감사 시 산업전문성이 부족한 감사팀을 구성한 회계법인은 차기 연도 감사인 지정 시 기업 2개가 차감되는 등 불이익 조치를 받는다. 지정감사인 산업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또 회계사 연차에 따른 지정점수 산정방식도 일부 개선해 감사품질 강화를 유도한다.
금융위는 "하위규정 개정으로 추진 가능한 사항은 연내 마무리해 회계제도 보완방안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며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도 조속한 입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