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또 다시. 먼지를 날리는 이 가벼운 바람에도 휩쓸려 사라져 버릴 것 같아. 바로 그 순간, 더 이상 아무런 무게도, 아무런 중력도 없는 그저 무한 반복되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어. 우리가 너무 꽉 껴안고 있었나. 내 자유는 겨우 이 실 한 가닥에 달려 있던 건가. 어쨌든 실은 끊어졌어.”
스웨덴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가 지난 27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선보인 ‘연’(Kites)은 한 무용수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무용수는 조명이 거의 꺼져 칠흑 같이 어두운 무대 위에서 독백과 함께 춤을 춘다. 그의 몸짓은 실 하나에 의지하는 연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예테보리 댄스컴퍼니는 매년 전 세계에서 1200∼1300명의 무용수가 입단 지원서를 내는 다국적 무용단이다. 한국인 현대무용가 김다영도 내년부터 예테보리 댄스컴퍼니에 합류할 예정이다.
첫 번째 내한 공연에서는 벨기에 출신 안무가 다미안 잘레의 '연'과 이스라엘 출신 안무가 샤론 에얄의 '사바'(SAABA)를 선보였다.
‘연’은 2022년 3월 예테보리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한 다미안 잘레의 최신작이다. 다미안 잘레와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가 ‘Skid’의 성공 이후 5년 만에 다시 만난 작품이다.
'연'에서 무대에 2개의 경사로를 배치했다. 무용수들은 2개의 경사로를 끊임없이 오가며, 반복적인 움직임을 선보였다. 프랑스 작가 테오 카시아니가 쓴 독백과는 달리 안무는 다소 난해했다.
'사바'에서는 무용수들이 자신의 영혼을 꺼내는 듯한 안무를 통해 취약성을 표현했다. 자신의 목을 감싸는 안무와 샤론 에얄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인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