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들의 소장품을 통해 그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청와대에서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일 청와대 개방 1주년을 맞아 본관의 세종실과 인왕실, 춘추관에서 대통령 역사 전시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를 개막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통령들의 삶을 담은 소품과 자료가 공개되고 청와대의 원모습도 일부 복원돼 공개됐다.
대통령기록관을 비롯해 일부 대통령 기념재단, 대통령 가족,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대변인 등에 자문하고 소품을 대여해 전시를 구성했다.
전시장에서는 이승만의 영문타자기, 박정희의 반려견 스케치 복사본, 노태우의 퉁소, 김영삼의 조깅화, 김대중의 원예가위, 노무현의 독서대 등을 만날 수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영문 타자기는 독립운동 시절부터 그의 가방에 들어있던 필수품이었다. 78세의 대통령은 직접 타자기를 두들기며 문서를 작성했다.
군인 이전에 초등학교 교사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드로잉 수첩을 갖고 다녔다. 그는 직접 경부고속도로 계획안을 스케치하기도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일곱살 때 여읜 부친의 퉁소를 수준급으로 연주했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은 청와대 녹지원에서 새벽 조깅을 하며 주요 정책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 8월 12일 오후 7시 45분에 청와대 기자실에서 금융실명제 실시를 발표했다. 청와대 참모들도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라며 “그날 새벽 조깅 때 조짐은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은 평소보다 2배는 빠른 속도로 달렸다”라고 소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80년 5월 17일 신군부에 체포됐지만 독서와 꽃 가꾸기로 감옥 생활을 견뎠다. 그는 가위로 꽃을 다듬으면서 정치 공간을 새로 설계했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974년 사법시험 시절 개량 독서대를 만들어 실용신안 특허를 받았다. 누워서 책을 볼 수 있도록 각도 조절 기능을 갖췄다. 그는 생전 "대통령을 안 했으면 컨설턴트나 발명가였을 것"이라고 했다.
문체부는 전시와 함께 '본관 내부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대통령이 국빈을 맞이하고 집무하던 시기의 모습도 구현하고 있다. 본관은 노태우 정부이던 1991년 준공돼 역대 대통령들이 집무실로 사용했다.
그동안 붉은색 카펫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됐던 덮개 카펫을 철거했다. 본관 건립 시 설치했던 작품들도 제 자리를 찾고 일부는 복원 작업을 거쳐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중앙계단에 걸린 김식 작가의 '금수강산도'는 제작 당시 은을 혼합해 채색했던 금색 부분이 산화해 검게 변한 것을 작가가 30여년 만에 직접 복원해 금빛의 원래 모습을 되찾았다.
충무실 전실에서 방탄소년단(BTS)을 맞았던 10폭 병풍인 서예가 이수덕의 '아애일일신지대한민국'(我愛日日新之大韓民國), 국무회의장으로 쓰이던 세종실에 설치된 백금남의 벽화 '훈민정음'도 이번에 공개됐다.
기자회견장이었던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는 청와대에서 오랜 시간 사용된 가구와 식기 등 생활소품이 진열된 '초대, 장'(招待, 場) 전시가 막을 올렸다.
이명박 정부 시절 영빈관 행사용으로 제작한 백자 세트, 문재인 정부 시절 상춘재 행사용으로 제작한 납청유기 세트 등이 전시됐다.
본관 관람객 수는 시설물 보호 등을 위해 동시 수용인원이 200명 규모로 조정됐다. 전시는 8월 2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