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차이보그·더우인메이크업…세계로 수출되는 '차이나 뷰티'

2023-05-31 09:35
  • 글자크기 설정

'화장품 대국' 日도 인정한 中화장품

틱톡 유행 따라 '더우인 메이크업' 인기

Z세대 공략하는 C뷰티…설 자리 잃은 K뷰티

# 당당하게 치켜 올라간 아이라인, 강렬한 붉은빛 입술. '차이나(China·중국)'와 '사이보그(Cyborg·인조인간)'를 합성해 '차이보그'라 불릴 만큼 인조인에 가까운 완벽한 미인상을 표현하는 중국식 화장법이 일본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과거 귀여움과 발랄함을 강조한 일본식 화장법에서 탈피해 여성의 당당함을 강조하기 시작하면서다.

# '더우인좡(抖音妝·더우인 화장)', 영어로는 '더우인 메이크업(Douyin Makeup)'이란 해시태그가 달린 뷰티 게시물이 전 세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더우인은 중국 쇼트클립 동영상 플랫폼으로, 더우인의 글로벌 버전이 최근 전 세계인이 애용하는 틱톡이다. 더우인 인플루언서들의 화장법을 틱톡을 통해 접한 유럽·미국 등 세계 각국 뷰티 인플루언서들이 보고 배우면서 '더우인 메이크업'이 글로벌 뷰티의 트렌드로 떠올랐다.

‘차이나뷰티(C뷰티·중국식 화장)’가 전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과거 중국 내에서조차 미국·유럽·일본·한국 등 브랜드에 밀려 냉대받았던 차이나뷰티는 최근 중국 국내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해외 시장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틱톡과 같은 글로벌 SNS 마케팅과 중국산 화장품의 도약이 뒷받침됐다고 홍콩 주간지 아주주간이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중국 화장품 브랜드 화시쯔 광고. 강렬한 눈매와 붉은 입술로 대변되는 '차이보그' 화장법이 돋보인다.

중국 화장품 브랜드 화시쯔 광고. 광고모델의 강렬한 눈매와 붉은 입술로 대변되는 '차이보그' 화장법이 돋보인다. [사진=화시쯔 광고]

‘화장품 대국’ 日도 인정한 중국 화장품
중국 시장정보업체 CBN데이타에 따르면 2020년 한해 중국 토종 신흥 화장품 브랜드 성장률이 78%에 달한 가운데 차이나 뷰티의 해외 시장 진출 증가율이 10배가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뷰티 대국’ 일본에서 중국산 브랜드의 활약이 돋보인다. 귀엽고 순수함을 부각시키는 일본식 화장법과 달리 과감한 컬러로 개성 있고 카리스마 있는 여성상을 강조한 중국식 화장법이 일본 젊은 여성층의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 아이라인으로 연출한 강렬한 눈매, 립스틱으로 칠한 새빨간 입술로 대변되는 '차이보그' 화장은 일본 인기 뷰티 잡지 세븐틴이나 보체(VoCE) 등에도 소개됐다. 

차이보그 유행에 힘입어 중국 토종 화장품 브랜드도 일본에서 선방 중이다. 지난해 말 일본 대형 버라이어티숍(생활잡화점) 로프트에는 중국 대표 화장품 브랜드 완메이르지(完美日記·퍼펙트다이어리)가 디스커버리 채널과 제휴해 만든 ‘애니멀(동물) 시리즈’ 아이섀도 팔레트가 입점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중국의 또 다른 신흥 화장품 브랜드 화시쯔(花西子)도 2021년 아마존재팬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는데, 특히 화시쯔가 출시한 ‘사랑의 자물쇠’ 립스틱은 출시 첫날 전체 립스틱 제품 중 매출 3위를 기록했다. 화시쯔는 지난해 초 ‘독설가’로 유명한 미국 유명 뷰티 인플루언서 제프리 스타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메이크업"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일본의 중국산 화장품 수입량은 최근 들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며 이미 프랑스·한국·미국 등 경쟁국들을 크게 앞질렀다. 일본 재무성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일본의 화장품류 수입 물량 중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물량이 7만9600톤으로 30%를 차지했다. 

이는 과거 일본 화장품이 중국 시장을 장악했던 것과 대조된다. 중국에서는 일본 음악, 애니메이션에 이어 2016년부터 일본 화장품이 인기를 떨쳤다. 일본 화장품산업협회에 따르면 2016~2021년 중국의 일본 색조 화장품 수입액은 500억엔(약 4710억원)에서 4000억엔(약 3조7700억원)으로 8배 늘었다. 

반면, 일본의 중국산 색조 화장품 수입액은 2016~2020년 5년 내내 300억엔(약 2830억원) 남짓에 머물렀다. 케이팝 스타를 앞세운 한국 화장품, 우수한 품질과 입소문을 자랑하는 미국·유럽 화장품과 달리 중국산 브랜드는 당시 일본에서 존재감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틱톡 유행 따라 ‘더우인 메이크업’ 인기몰이
''더우인 메이크업'을 소개하는 미국의 한 뷰티 인플루언서..

''더우인 메이크업'을 소개하는 미국의 한 뷰티 인플루언서. [사진=유튜브 갈무리]

중국식 화장법 유행의 배후에는 중국 SNS 확산도 뒷받침됐다. 특히 더우인의 글로벌 버전인 틱톡이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중국 인플루언서들의 메이크업을 따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덩달아 더우인 메이크업이 뜨게 된 것이다. 틱톡에서만 지난해 말 기준 '더우인 메이크업' 관련 게시물은 6억5000만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더우인 메이크업은 말 그대로 더우인 같은 중국 SNS에서 인플루언서들이 시도하는 메이크업을 통칭한다. 대체적으로 길고 자연스런 속눈썹, 볼·코끝·턱까지 칠한 핑크빛 블러셔, 입술 가장자리를 흐릿하게 처리해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립스틱 화장, 커다란 눈망울과 눈밑 애교살을 부각시켜 인형 같은 화사함과 발랄함을 선보이는 게 특징이다. 

아주주간은 “지난 수십년간 중국에는 글로벌 Z세대를 끌어들일 만한 특정한 대중문화 트렌드가 없었지만, 최근 중국서 시작된 더우인 메이크업이 세계적으로 유행을 끌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더우인 메이크업이 일본 애니메이션, 한국 드라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중국 최대 문화 수출품 중 하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Z세대 공략하는 C뷰티…K뷰티도 위협
중국 대표 토종 화장품 브랜드 '완메이르지(퍼펙트다이어리)' 매장

중국 대표 토종 화장품 브랜드 '완메이르지(퍼펙트다이어리)' 매장 [사진=웨이보]

오늘날 중국 색조 화장품 시장은 이미 프랑스·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2008년만 해도 18억5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중국 색조화장품 시장(매출액 기준) 규모는 2021년 102억 달러로, 약 5배 증가했다. 
 
중국 화장품 시장 가파른 성장세

중국 화장품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 [자료=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한때 저품질·저가 꼬리표를 달고 살았던 중국산 화장품의 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늘고 있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중국 색조 화장품 시장에서 중국산 브랜드 비중은 2013년 15.8%에서 2022년 27.4%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화시쯔, 완메이르지, 카슬란(卡姿蘭·Carslan), 컬러키(珂拉琪·Colorkey), 마오거핑(毛戈平·MGPIN)이 중국을 대표하는 5대 색조 화장품 브랜드로 꼽힌다. 

중국 내에서 불고 있는 궈차오(國潮·애국주의 열풍) 바람, Z세대를 겨냥한 SNS 마케팅을 활발히 진행한 게 주효했다. 현재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는 △샤오훙수(小红书·'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SNS)를 통한 입소문 △더우인을 통한 라이브방송 △타오바오(중국의 대표적 온라인 쇼핑 웹사이트)를 통한 트래픽 확장이 화장품 SNS 마케팅의 필수 조건으로 꼽히고 있을 정도다. 이밖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지갑을 닫은 중국인들이 가격이 비싼 샤넬·디올 같은 글로벌 화장품보다 가성비 좋은 제품을 찾기 시작하면서 중국산 브랜드가 뜨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