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세기의 공정' 핑루운하…中·아세안 관문 광시에 가다

2023-05-2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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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베트남 잇는 광시 항구·커우안 방문

134㎞ 운하 건설···통킹만 出海통로 확보

물동량 증가...분주한 베이부만 항구

북적대는 베트남 국경 교역시장 '互市'

중국 '세기의 공정'이라 불리는 핑루운하 건설공사 현장.

중국 '세기의 공정'이라 불리는 핑루운하 건설공사 현장. [사진=배인선 기자]

중국 광시(廣西)좡족자치구 친저우(欽州)시 핑루(平陸)운하 공사 현장. 토사를 잔뜩 실은 덤프트럭이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공사장을 오간다. 지난해 8월 핑루운하 공사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투입한 인력만 5800명, 굴착기·트럭·선박 등 대형 장비만 1500여대에 달한다고 한다. 핑루운하 건설에 들이는 총 투자액만 727억 위안(약 13조6000억원), 운하 공사로 파낸 토사량만 싼샤댐 공사의 3배에 달한다. 
 
134㎞ 운하 건설···통킹만 出海통로 확보한 광시
  
핑루운하

핑루운하 [아주경제DB]

핑루운하는 시장(西江)과 베이부만(北部灣·베트남명 통킹만)을 연결하는 수로다. 창장·황허에 이은 중국 3대 강인 시장은 원래 서쪽 윈난성에서 시작해 동쪽 방향으로 광시자치구, 광둥성을 통과해 주장삼각주로 흘러 들어간다. 그런데 시장의 물줄기를 남쪽으로 돌려 난닝에서부터 베이부만을 연결하는 총 134.2㎞ 수로를 인위적으로 뚫는 것이다.

2026년 핑루운하가 완공되면 광시를 비롯한 서남부 내륙 지역의 화물선은 광저우까지 갈 필요 없이 베이부만을 통해 곧장 바다에 닿아 항해 거리를 560㎞ 이상 줄일 수 있게 된다. 베이부만 항구에 도착한 수입 화물은 핑루운하를 통해 난닝에 도착한 후 철도·도로·항공을 통해 중국 전국 각지로, 더 나아가 동남아·유라시아 대륙으로까지 운반될 수 있다. 
특히 핑루운하는 최대 5000톤급 선박도 운항할 수 있는 초대형 수로로 설계돼 주로 석탄·광물·시멘트·곡식·건설 자재와 컨테이너 등의 운반로로 활용될 예정이다. 중국·동남아와의 교역량이 늘면서 화물 수요는 2035년 1억800만톤, 2050년 1억3000만톤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판젠 광시 핑루운하공정건설 부지휘장은 “핑루운하 건설로 광시를 비롯한 중국 서남부 지역의 물류가 한층 더 원활해질 뿐만 아니라, 중국과 아세안 지역 간 무역 왕래에 편리한 수로가 생기면서 중국과 아세안 국가 간 경제·무역 협력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세안, 美·EU 제치고 中 최대 교역 파트너로
중국 광시자치구의 대아세안 교역 동향

중국 광시자치구의 대아세안 교역 동향[아주경제DB]


핑루운하는 중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경제 협력의 미래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공사다. 기자는 지난 15~19일 베트남과 접경하고 있는 광시자치구 주요 항구와 커우안(口岸·국경통상구)을 둘러봤다. 현장에서 목격한 광시는 중국에서 아세안으로 통하는 첫 관문으로, 중국·아세안 경제 협력의 핵심지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미국과 지정학적 갈등을 빚는 중국이 서방국의 포위망을 뚫기 위해 주변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서다. 아세안은 이미 미국·유럽연합(EU)을 제치고 중국 1위 교역국으로 올라섰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의 대아세안 교역액은 1조5600억 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1% 증가했다. 중국 전체 교역액 평균 증가율(4.8%)을 11.3%포인트나 웃돈 것이다. 같은 기간 미국과 유럽의 교역액이 각각 18.3%, 5.6% 하락한 것과 비교된다.

2022년 1월 1일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발효는 중국·아세안 경제협력에 힘을 더 보탰다. RCEP 주축인 아세안은 중국의 핵심 무역 파트너이기 때문. 바로 옆 ‘부자동네’ 광둥성에 밀려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광시가 최근 아세안을 등에 업고 빠른 발전세를 구가하고 있는 배경이다. 1분기 광시자치구의 대아세안 교역액은 745억3000만 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갑절 이상 늘어났다. 광시의 올해 1분기 지역 국내총생산액(GDP)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4.9% 증가하며 중국 전체 평균 경제성장률(4.5%)을 웃돌았다.  
 
물동량 급증···분주한 베이부만 항구
중국 광시자치구 베이부만 친저우항에 설치된 컨테이너 자동화 부두.

중국 광시자치구 베이부만 친저우항에 설치된 컨테이너 자동화 부두. [사진=배인선 기자]

베이부만에 소재한 항구들도 아세안 국가와의 교역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베이부만 항만은 중국 서부지역에서 동남아를 오가는 가장 가까운 항만으로, 아세안이 베이부만항의 최대 교역 대상이다. 현재 이곳에는 동남아 지역 항로만 36개가 운영돼 사실상 동남아 지역의 주요 항구를 대부분 커버하고 있다. 베트남 호치민·하이퐁, 태국 람차방, 캄보디아 시아누크 등을 오가는 화물선도 주2회 이상 정기적으로 운영된다. 베이부만항의 지난해 화물 물동량은 3억7000만톤, 컨테이너 물동량은 702만TEU로 전국 주요항구 중 각각 9, 8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대다수 베이부만 항구는 철도로 연결되는 철도·해운 복합운송 통로를 갖추고 있다. 베이부만항에서 하역한 화물이 곧바로 철도에 실려 중국 전국 각지, 더 나아가 국제화물열차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까지도 운송될 수 있는 것이다.

기자가 직접 찾은 친저우항도 베이부만 항구 중 하나다. 이곳은 RCEP 발효 후 아세안 지역 물동량이 빠르게 늘면서 지난해 6월 10만톤급 컨테이너선 전용 부두 2곳을 자동화 운영될 수 있도록 개조했다. 덕분에 작업 효율은 갑절로 빨라졌다. 황바오위안 베이부만국제항무그룹 부총경리는 “올해 연말까지 20만톤급 컨테이너선 전용 부두 2곳을 추가로 자동화해 급증하는 화물 수요를 만족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친저우항 주변으로는 자유무역시험구를 조성해 동남아 국가와의 산업 공급망 협력도 추진 중이다. 이곳에 입주한 중국 전기차 배터리 소재 기업 중웨이가 대표적이다. 현재 CATL 등 중국 배터리기업뿐만 아니라 삼성SDI·LG엔솔·파나소닉 등 글로벌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둔 중웨이는 친저우항 자유무역시험구에 230억 위안을 투자해 총 3기 공정에 걸쳐 삼원계 전구체, 황산니켈, 황산코발트 생산라인을 건설 중이다.
 
후페이훙 광시 중웨이 신에너지 과기유한공사 총경리는 “배터리 소재 핵심 광물인 니켈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같은 동남아 국가에서만 수입할 수 있다”며 동남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가 항구·철도 운송이 편리한 친저우에 생산기지를 짓는 이유라고 말했다.
 
북적대는 베트남 국경 교역시장 '互市'
중국 광시자치구 둥싱에서 바라본 베트남 몽까이시 전경

중국 광시자치구 둥싱에서 바라본 베트남 몽까이 전경 [사진=배인선 기자]

베트남과 맞닿는 광시 변경지역에서 국경 간 교역시장인 호시(互市)도 북적거린다. 18일 중국에서 가장 큰 육로 커우안이 있는 팡청강(防城港)시 둥싱(東興)에 설치된 호시무역구를 찾았다. 둥싱은 베트남 몽까이와 베이룬강 한줄기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변경 도시다. 

광시자치구 내 베트남 접경지역엔 모두 26개 호시무역구가 조성돼 있다. 현재 중국은 변경지역 주민들이 하루 8000위안어치 외국제품을 면세로 구매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덕분에 호시는 현지 주민들의 주요 소득 창출원이 됐다. 호시를 통해 면세로 구매한 베트남산 과일이나 농수산물을 시장에 내다 팔아 돈을 버는 것이다. 현재 둥싱시 주민만 약 16만명, 이 중 약 4만5000명이 호시에 참여하고 있다. 올 초 기준 둥싱시 도시 주민 1인당 평균 가처분 소득은 4만9238위안, 10년 새 갑절 이상 늘었다.
 
최근 둥싱에서  매일 베트남에서 농수산물을 가득 실은 트럭이 500~600대씩 분주하게 오간다. 1분기에만 둥싱 호시를 통해 모두 56억 위안어치 거래가 이뤄졌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둥싱시 커우안 관계자는 “지난 18일까지 교역액은 88억 위안”이라며 “이대로라면 코로나 발발 이전인 2019년 교역액(170억 위안)도 거뜬히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호시 주변으로 인근 과일·농수산물 가공 물류기업도 들어서면서 현지 일자리 창출, 세수 등 지역 경제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둥싱시 호시무역구 인근에 조성된 시장. 이곳에서 현지 주민들은 호시에서 면세로 구매한 베트남산 제품을 판매한다.

둥싱시 호시무역구 인근에 조성된 시장. 대다수 현지 주민들은 호시에서 면세로 구매한 베트남산 제품을 판매한다. [사진=배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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