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연가였던 아버지가 폐암·후두암 진단을 동시에 받았다. 불안해진 자녀들은 어머니에게도 암 검사를 권했고, 그 결과 모친 역시 폐암 수술을 받게 됐다. 남편은 자신 때문에 비흡연자인 아내까지 폐암에 걸렸다며 자책했으나 때늦은 후회였다.
그뿐 아니다. 최근 공동주택 화장실이나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층간흡연’ 문제로 이웃 간에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캐나다에서는 세살 딸의 간접흡연을 막기 위해 전자담배를 꺼달라고 부탁한 아이 아빠가 흡연 남성의 공격을 받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피해는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담배에는 제 1군‧2군 발암물질 195개 등 4000여 종의 독성과 유해 물질이 포함돼 있다. 니코틴·타르·일산화탄소 등의 물질은 10초 이내에 사람의 폐와 심장에 도달한다. 매일 담배 한 갑씩 1년을 피우면 머그컵 한 잔 가득히 타르를 마시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의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암 중에서도 사망률 1위는 폐암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폐암의 80% 이상이 흡연과 관련돼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9년 한 해에만 흡연과 관련된 사망자가 5만8000명에 달한다. 잠실야구장 수용 인원의 2.2배가 넘는 사람이 매년 흡연으로 사망하는 셈이다. 담배는 폐암 외에도 혈압 상승, 동맥경화, 기관지염, 폐기종, 만성 폐쇄질환 등 질병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부모의 흡연은 특히 어린이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부모가 피우는 간접흡연의 담배 연기는 입자가 미세해 폐에 더 깊숙이 박히기 때문이다.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오더라도 흡연자의 옷과 피부 등에 묻어있는 3차 흡연의 유해 물질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이로 인해 아동의 중이염, 폐렴 등의 발생 위험을 높이고 성장발달 장애까지 초래한다. 청소년에게는 키 성장을 방해하고 학습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20~40대에게는 색소 침착, 피부 노화 등 피부 문제를 야기해 비싼 화장품을 사용해도 무용지물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와 유사한 양의 타르 등을 포함하고 있어 유해성에는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담배, 왜 끊지 못하나?
흡연은 습관이라기보다 중독이기 때문이다. 의학적으로 의존증에 해당된다. 세계보건기구는 담배를 마약으로 공식 지정했다. 그만큼 사람의 의지만으로는 끊기 어렵다는 말이다. 따라서 전문적인 치료와 상담, 지원프로그램의 도움이 필요하다.
미국의 임상진료지침에 따르면 개인 의지만으로 시도한 금연의 성공률은 4%에 불과하지만, 전문가의 상담과 금연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은 경우에는 26%로 성공률이 6.5배 높아진다고 한다.
-금연 성공과 건강관리는 어떻게?
혼자는 끊기 힘든 담배, 주위의 금연 프로그램 도움을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먼저 전국 어디서나 이용 가능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금연치료지원사업'이 있다. 금연치료기관으로 등록된 병·의원을 방문해 1년에 3회까지 진료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또 금연치료 약과 패치 등 금연보조제의 구입 비용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그 외에 보건소의 ‘금연클리닉’, 금연지원센터의 ‘금연캠프‘, 국립암센터의 ‘전문치료형 금연캠프‘, 금연상담전화 등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이 있다.
정기적 암 검진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올해에는 54~74세의 홀수 연도 출생자 중 매일 1갑 이상 30년 이상 흡연자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폐암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대 흡연자가 60대까지 계속 담배를 피우면 폐암 위험이 60배 증가한다고 한다. 더 늦기 전에 건강검진도 챙겨보자!. 평소 운동을 통한 건전한 스트레스 관리와 함께 자녀와 흡연의 유해성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것도 잊지 말자.
건강 백세시대, 금연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요즘 황사나 미세먼지 때문에 공기청정기를 갖춘 가정이 많다고 한다. 그런데 매일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우리의 폐와 심장은 어떠한가. 정작 자신의 건강 문제는 방치하고 있지 않은가. 공기청정기의 필터는 교체할 수 있지만, 사람의 폐는 바꿀 수 없다. 매년 5월 31일은 ‘세계 금연의 날‘이다. 오늘부터 국민건강보험과 함께 금연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를 가꾸기 위해 금연은 나 자신과 가족, 이웃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자 책임이다. 건강 백세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금연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