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보다 일찍 재생에너지로 전환해 엡손 자체적인 환경 목표를 달성할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재생에너지 보급을 촉진하는 데도 기여하려 한다. 환경 영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솔루션도 개발해 환경 비즈니스 창출을 동시에 모색할 것”
세이코엡손의 알래스테어 번 PR 겸 IR 부문 매니저의 말이다. 엡손은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23일 방문한 일본 나가노현 스와시의 세이코엡손 본사. 하네다공항에서 차를 타고 3시간가량을 달려 도착할 수 있었다.
지난해 창립 80주년을 맞은 엡손은 잘 알려진 프린팅 솔루션뿐만 아니라 로봇, 프로젝터, 마이크로 디바이스, 시계 같은 웨어러블 제품 등 크게 5개 사업군을 운영하고 있다. ‘엡손’ 하면 통상 프린터 회사로 기억하지만, 현재 모든 사업 기술의 근간은 시계로부터 출발했다. 지금의 시계 브랜드 ‘세이코’가 그것이다.
일본 본사에는 회사의 역사를 기억하고, 미래 기술을 알리고자 하는 취지의 엡손 스와 박물관이 있다. 엡손 스와 박물관은 크게 기념관과 모노즈쿠리 박물관으로 구분된다. 특히 기념관은 1945년 10월 완공됐던 가장 오래된 최초의 행정 건물을 리모델링해 다시 문을 열었다. 엡손의 80년 역사와 기술의 발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시선을 끈 건 단연 시계다. 기념관에는 수많은 엡손 시계를 비롯해 기계식 시계 및 디지털 시계 등의 원리를 소개해 놓았다. 엡손이 1956년 최초로 디자인한 기계식 시계도 볼 수 있었다. 시계에 들어가는 작은 부품을 만들었던 옛 장비가 가동하는 모습 역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관심이 쏠렸던 또 다른 부분은 바로 반도체다. 엡손은 마이크로 디바이스 사업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기념관에는 엡손의 시계에 탑재됐던 최초의 반도체가 전시돼 있었다. 이는 시스템 반도체의 일종인 시모스(CMOS) 칩으로서 과거 수작업으로 만들어 시계에 탑재했다는 게 엡손 관계자의 설명이다.
긴 통로를 지나 다른 건물 4층에 올라서자, 모노즈쿠리 박물관이 나왔다. 이곳은 시계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군의 과거와 미래를 살펴볼 수 있었다. 엡손 관계자는 “모든 사업은 시계 제조에서 시작됐다”며 “프로젝터에 들어가는 핵심 기술인 3LCD 또한 LCD를 처음 탑재했던 시계가 시초가 됐다”고 설명했다.
엡손의 미래 비전을 담은 혁신 기술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잉크젯 프린터에서 열을 사용하지 않고 인쇄하는 ‘히트프리(Heat Free) 기술’이 있다. 또한 한국에 판매하지 않고 있는 일종의 스마트 글라스인 ‘모베리오(MOVERIO)’도 체험했다. 모베리오를 안경처럼 착용하자 영상이 자동 재생됐다. 이는 주로 소비자 개인의 엔터테인먼트 용도나 산업 현장에서 사용된다는 게 엡손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울러 올해 40주년을 맞은 로봇 사업 역시 ‘성소정’이라는 엡손만의 철학이 담겼다. 1993년 엡손의 기술력을 강조하고자 만든 마이크로 로봇 시스템은 기술력을 증명하는 대표적 제품이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로봇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성소정은 고효율, 초소형, 초정밀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