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남성 소득이 높으면 혼인율이 증가하지만, 소득이 낮은 남성은 결혼을 미루거나 미혼으로 지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성의 소득 불평등이 혼인율 감소는 물론, 저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저출산 상황이 여성의 사회·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남성의 혼인 지연과도 연관돼 있다고 볼 수 있는 연구다.
한국노동연구원은 14일 '노동과 출산 의향의 동태적 분석' 보고서에서 남성의 혼인 지연 관련 연구가 드물다는 점에 남성 소득 수준과 혼인율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변수를 배제하기 위해 가장 최근 분석 대상 연도를 2019년으로 삼고 지난 2017∼2019년 통계를 활용했다.
먼저 20대 중후반(26∼30세)의 경우 소득 하위 10%(1분위)에 속하는 남성은 혼인 비율이 8%에 불과했지만, 상위 10%(10분위)는 29%가 결혼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구간으로 나눠볼 때 최하위 구간에 속한 남성들과 견줘 최상위 그룹 혼인 경험 비율은 최대 3배 이상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런 차이는 30대 초중반(31~35세)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소득 하위에선 31%, 상위 10%에선 76%로 확대됐다.
특히 30대 중후반(36~40세)에서는 소득 1분위 중 결혼 경험이 있는 사람은 47%에 그쳤지만, 10분위 의 경우 91%로 격차가 44%포인트에 달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기존 여성 중심 저출산 정책의 관점을 확대시킬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소득 불평등과 분배 문제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노력이 혼인율과 저출산 문제에 있어서도 중요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40세 이상 그룹도 소득 구간에 따른 혼인율 차이는 최대 2배 가까이 벌어졌다. 40대 초중반(41∼45세)의 경우 1분위의 혼인 비율은 58%, 10분위는 96%로 나타났다. 40대 중후반(46∼50세)은 1분위와 10분위 각각 73%, 98% 혼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남성 임금의 불평등 정도는 절대적 임금 수준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 남성 혼인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남성들의 임금 불평등도가 결혼을 지연시키고 결혼 가능성을 낮추는 원인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