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에 대한 최고 수준의 보건 경계 태세를 해제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PHEIC를 해제하자는 국제 긴급 보건규약 위원회의 의견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PHEIC는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중 보건 경계 선언이다.
코로나19를 일반 독감 수준으로 인식하는 '엔데믹(풍토병화)'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코로나19 백신 및 피해보상 등과 관련된 소송들이 법원에서 아직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법원 "백신 접종과 피해 사이 인과성 있어"…인과관계 인정 첫 사례 나와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30대 남성 A 씨가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피해보상을 둘러싼 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준 첫 사례다.
지난해 4월 정부의 백신접종 권고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한 A씨는 하루만에 열이 나고 어지럼증, 다리 저림 등의 증상을 겪고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뇌내 출혈과 대뇌 해면 기형, 단발 신경병증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질병관리청에 피해보상을 신청했지만 질병청은 "질병과 백신 접종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질병과 예방접종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가 예방접종 전에 매우 건강했고 신경학적 증상이나 병력도 전혀 없었다"며 "예방접종 다음 날 두통과 발열 등 증상이 발생했는데 이는 피고가 백신 이상 반응으로 언급했던 증상들"이라고 설명했다.
"'백신 접종이 사망 원인' 추론할 근거 없어"…유사 사례, 정반대 판결도
유사한 사례에서 법원이 전혀 정반대의 판단을 내린 사례도 있었다. 백신 접종 후 보인 증상과 백신 접종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 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백신접종 피해자 유족 B씨가 질병관리청을 상대로 낸 예방접종 피해보상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B씨 어머니는 2021년 6월 화이자를 접종했는데, 접종 9일 뒤 발열 증상이 나타나 병원에 입원했다. B씨 어머니는 백신 접종 후 약 한달 뒤 심장판막 질환인 감염성 심내막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B씨는 예방접종 피해보상을 신청했지만, 질병청이 "인과관계가 없다"며 이를 거부했고 이에 B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병원 기록 등에 따르면 B씨 어머니의 사인은 세균감염으로 인한 감염성 심내막염과 이로 인한 패혈증"이라며 "병원 검사 당시 B씨 어머니에게서황색 포도상구균 등 세균 감염으로 인한 일부 패혈증 증세가 있었지만 세균감염 원인이 예방접종이라고 추론할만한 근거가 전혀 없다"고 판시했다.
피해보상 소송 대법까지 올라갈 듯…대법원서 '백신 접종 인과관계' 판례 나오나
법조계는 백신 피해보상을 인정한 첫 판결이 나오면서 인과관계 입증의 어려움 등으로 보상 청구를 포기한 피해자들이 줄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동일하게 백신접종 후 이상반응을 보여 피해보상을 신청한 사례라고 하더라도 개별 사안마다 '인과성'에 있어 법원의 판단이 조금씩 다르고, 소송당사자들도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하는 분위기라 백신 피해보상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백신 접종과 그로 인한 이상 증세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일반 시민 입장에서 쉬운 일이 아닌 데다가 대부분 이상 증세 발병까지 시간적 공백이 있어 법원 입장에서는 대부분의 유사 사례에서 섣불리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간다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피해보상 인과관계에 대한 판례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