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신인도와 직결되는 경상수지가 상반기에만 100억 달러의 적자를 보일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다만 하반기 들어 무역 여건 개선 등 상품수지가 호조를 보여 연간으로는 160억 달러 규모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또한 연초 전망치보다는 크게 후퇴한 수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최근 경상수지 변동 요인과 시사점'을 발표했다.
KDI는 지난해 하반기 경상수지 흑자가 축소된 배경으로 대외 여건이 안 좋아지면서 교역 조건(수입가격 대비 수출가격)이 악화한 점, 내수가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인 점 등을 꼽았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해(298억 달러)보다 축소된 16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160억 달러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수준이다.
당초 KDI는 지난 2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275억 달러로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의 경우 298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세계 경제 부진이 지속되면서 100억 달러의 적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흑자 달성에서 적자 전환으로 기조가 바뀌었다. 하반기로 갈수록 세계 경제는 살아나고 내수 증가세는 둔화할 것이라는 게 KDI 측 전망이다.
교역으로 형성되는 상품수지의 경우 올 상반기 90억 달러 적자를 보인 뒤 하반기 15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연간 60억 달러 흑자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KDI는 현재 우리 경제의 대외 건전성을 감안하면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기준 GDP 대비 25%에 달하는 외환보유액, GDP 대비 46% 수준인 순대외자산 규모 등은 과거 외환위기를 겪은 국가와 큰 격차가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한국과 같은 순자산국에서는 경상수지 하락으로 인한 외환위기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김준형 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은 "최근의 경상수지 하락은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소득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출 증가세가 유지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거시경제 정책 기조는 경상수지의 단기적 변동에 지나치게 좌우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총괄은 "통제하기 어려운 대외 여건으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를 축소하려면 내수를 둔화시켜야 한다"며 "이는 내수 경기와 밀접한 고용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