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단 향하는 車시장] 경차 1대 판매 마진 수십만원대 불과···'차박' 열풍 소형SUV로 소비자 몰려

2023-05-0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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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다. 최근 자동차 업체들이 경차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중형급 이상의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다. 경차는 세단과 SUV 등 다른 차종에 비해 가격이 싸고 옵션이 적기 때문에 대당 마진이 적다. 완성차 업체들이 대형화·고급화 추세를 따라가면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경차가 외면받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경차는 현대차 캐스퍼와 기아의 모닝·레이 등 총 3종이다. 한국GM의 쉐보레 스파크는 현재 생산이 중단돼 재고 물량까지만 판매된다. 이에 따라 사실상 선택지는 현대차그룹의 경차로 제한될 전망이다. 

한때 '국민차'로 위상을 누리던 경차 시장은 2012년 20만2844대로 정점을 찍은 후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에는 9만7343대를 기록하며 마지노선으로 일컬어졌던 10만대 장벽이 무너졌고, 2021년에도 판매량이 9만5603대에 그쳤다. 2021년 9월 현대차가 19년 만에 경차 신차인 캐스퍼를 출시하면서 경차시장에 그나마 활기를 불어넣었지만 일본 등을 제외하고는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SUV와 중형급 이상의 세단 등에 대한 선호도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제조사들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차량에 집중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경차 대신 소형 SUV에 집중하면서 신차도 찾아보기 어렵다. 수십 종의 모델이 각축전을 벌이는 소형 SUV 시장과 달리 경차 시장은 스파크마저 단종되면서 현재 캐스퍼와 모닝·레이 등 3개 모델만 남았다. 한국GM이 쉐보레 스파크 단종을 결정한 데에는 경차 수요 감소로 인한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한국GM은 스파크를 생산하는 대신 코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생산하기로 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경차 판매 부진 요인으로 소형 SUV 등장, 정부의 경차 보급 의지 약화, 경차만의 혜택 축소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차박(차+숙박) 열풍에 힘입은 소형 SUV 인기가 경차 쇠퇴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2012년 연간 판매량이 6000여 대에 불과했던 국내 소형 SUV 판매량은 2019년 17만7197대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10만대 이상 판매되고 있다. 경차보다 넓은 실내 공간과 안정적인 승차감 등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제조사들이 경차 신모델 개발을 기피하면서 소비자 선택지가 크게 좁아진 점도 판매량에 영향을 끼쳤다. 경차는 판매가격이 낮은 만큼 1대당 판매 수익은 수십만원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아는 2004년부터 동희오토에 레이와 모닝을, 현대차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 캐스퍼를 위탁 주문하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경차를 만들지 않는 추세”라며 "경차의 판매가격이 낮은 만큼 경차 1대당 판매 수익은 수십만원대에 그치기 때문에 업체들도 수익성이 높은 모델에 집중한다. 이에 소비자들의 경차 선택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GM 쉐보레 스파크 [사진=한국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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