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양국 정상, 공급망·첨단기술까지 '경제동맹' 강화...바이든 "韓기업 특별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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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한·미 정상은 2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경제동맹 강화’에 크게 주목했다. 미·중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북핵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안보동맹만큼이나 공급망 문제와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한 경제동맹의 격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양국이 미래 핵심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차세대 핵심·신흥 기술 대화’를 처음 신설한 것도 유의미하다. 동맹 70주년을 맞아 안보·경제 협력에 이어 ‘첨단 기술’까지 협력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공급망과 첨단 기술 동맹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우주, 양자(퀀텀), 사이버안보, 디지털기술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가시적이고 진전된 협력 성과를 도출했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에도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이 첨단 기술 동맹으로 강화된 것에 대해 “한·미 간 기술 협력, 첨단산업 협력 강화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며 “국제분업 체계에서 높은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상품을 만들어낼 것이고, 우리 국민은 그러한 과정에서 전후방 효과로 나오는 다양한 넓은 산업 생태계 구축에 많은 투자와 일자리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NSC 차원 ‘한·미 차세대 핵심·신흥 기술 대화’ 신설···IRA·반도체법 조율 주목
 
한·미 양국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도록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법과 관련해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해 나가기로 했다.
 
우선 한·미 양국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에서 ‘한·미 차세대 핵심·신흥 기술 대화’도 신설했다. 바이오·배터리·에너지 기술·반도체·디지털·양자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협의체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 당시 국가안보실 내에 경제안보비서관을 신설해 반도체를 필두로 한 공급망 문제 해결과 가치공유연대 국가 간 협력체제 강화를 제시한 바 있다. 그 결실이 이 협의체인 것이다.
 
양국 정상은 반도체를 양국 경제·안보 협력 체계를 강화할 핵심 수단으로 손꼽았다. 이에 따라 △최첨단 반도체 △첨단 패키징 △첨단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에서 기술 협력을 견고히 하는 데 합의했다. 양국은 3개 분야 공동 기술 개발과 기술 실증, 인력 교류 등을 골자로 한 협력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양국은 ‘글로벌 공급망 패권’의 핵심인 반도체 분야 리더십을 구축해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복안이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제조 역량이 탁월하다. 여기에 시스템 반도체 설계와 장비에 강점을 가진 미국과 유기적 협력이 이뤄진다면 시너지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은 민관이 공동 참여하는 ‘한·미 반도체포럼(가칭)’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기업과 학계 참여로 기술 연구개발(R&D)과 인력 교류 실효성을 높이려는 포석이다. 반도체 첨단 기술 연구 핵심 기관끼리 협력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첨단 공정 등 기술 개발 허브 역할을 맡을 ASTC를, 미국은 반도체과학법에 따라 110억 달러 규모 연구개발(R&D) 지원을 진두지휘할 NSTC를 구축 중이다.
 
윤 대통령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저와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양국 기업 간 상호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것을 환영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의 투자와 사업 활동에 특별한 지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이 ‘특별한 지원과 배려’를 언급한 것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보호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IRA와 반도체과학법 등에 대한 우리 기업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도 ‘한국 기업의 (IRA·반도체과학법 관련)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국은 무엇보다 (미국의) 가장 소중한 파트너 중 하나”라며 “한국의 성장은 미국에도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IRA와 반도체지원법 등 두 사안에 대해 한국 기업에 대한 실제적 지원이나 특혜 부여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정상 차원에서 ‘지원과 배려’란 용어를 사용한 만큼 향후 양국 간 실질적인 협의와 조율이 기대된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와 ‘한·미 반도체 공급망 산업 대화’를 개최해 양국 간 반도체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아주경제 그래픽팀]


 
◆한·미 안보, 사이버 공간까지 확장···우주·양자 분야까지 기술 동맹
 
한·미 정상은 양국 간 정보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동맹을 사이버 공간으로까지 확장하는 ‘전략적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를 공동 발표했다. 정보 공유를 포함해 사이버안보 기술·정책·전략에서 협력을 증진하고 신뢰를 구축한다. 또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견줄 수 있는 정보동맹 관계를 심화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우주 분야에서도 별도 공동성명서를 도출하고 양국 간 협력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 우주센터를 방문해 우주 첨단 기술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작년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언급됐던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협정’도 꾸준히 추진될 전망이다.
 
양자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과기부와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이 ‘양자 과학기술협력 공동성명서’를 체결했다. 또 양자 과학기술 발전과 글로벌 생태계 조성을 위해 이미 12개국이 참여 중인 '양자 과학기술 다자 협의체'에 동참해 기술 교류, 연구, 인력 양성 등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양자와 우주 분야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미래의 게임체인저”라고 설명했다. 우주 분야는 전후방 산업 효과가 크고,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핵심 기반이라는 것이다. 양자 분야 역시 기술과 표준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전 세계 산업과 경제 구도를 뒤바꿀 수 있는 파급력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수석은 “두 분야 모두 아직 성숙하지 않은 기술 분야로 기회와 가능성이 무한하다. 한국과 미국 간 첨단 기술 동맹 구현에 있어 가장 공조가 필요한 분야가 바로 우주와 양자 분야”라면서 “세상을 바꿀 두 분야의 발전 초기부터 양국이 함께함으로써 다가올 미래를 같이 설계하고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한·미 정상은 외환시장 관련 합의도 도출했다. 최 수석은 “이번 성명서에서는 ‘작년 5월(서울 정상회담)과 9월(뉴욕 만남)에서 정상 간 인식을 재확인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금융 안정을 촉진하기 위해 외환시장 동향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최 수석은 “양국 금융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협력 의지를 한 단계 높은 수준에서 표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경제계는 이번 정상회담 결과물인 경제 동맹, 첨단 기술 동맹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논평에서 “양국이 핵심 기술과 첨단산업 분야로 협력을 심화해 가고, 통상 관련 우려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다루기로 한 것에 대해 큰 성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시장 협력과 공급망 생태계 구축 등 공동의 경제안보 강화 방향에 공감한다”고 전했다. 전경련은 “앞으로도 지난 30년 이상 다져온 민간 대미 협력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경제계 차원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협의한 사항들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그린벨트에 위치한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를 방문해 한국계 우주비행사인 조니 김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나사에 근무 중인 한인 과학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이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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