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4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다. 그동안 경기와 물가상승률 둔화, 미 연준 움직임 등을 감안해 동결론이 대세로 자리 잡는 듯 했으나, 최근 급등한 유가와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근원물가로 인해 추가 인상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5일 통화당국에 따르면 금통위가 오는 11일 열린다. 현재 국내 기준금리는 3.5%다. 현 금리 수준은 지난 1월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 이후 두 달여 간 이어져 왔다. 한은은 기준금리에 대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아직 열어놓은 상태다.
시장에선 이달 기준금리 동결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발표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전년동월대비)로 1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을 기록한 데다, 금통위가 금리 결정에 있어 경기 악화 상황을 반영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긴축 경계감이 약화된 만큼 한은의 추가 인상 부담이 낮고 경기 둔화와 대외 금융불안을 고려할 것"이라며 동결을 전망했다. 삼성증권도 "환율이 1300원대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 물가상승률이 한은 예상경로에 부합한 점 등을 감안하면 동결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선 기준금리 결정을 둘러싼 대내외 변수들이 적지 않다는 시각이 높다. 특히 최근 들어 유가 급등이 가장 급격한 변화로 꼽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최근 하루 116만 배럴의 원유 추가 감산을 기습적으로 발표함에 따라 안정세를 보였던 국제유가가 강세로 돌아섰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최근 사흘간 7% 이상 급등하며 80달러 선을 넘어섰다. 이 같은 유가 급등은 물가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금리 결정에 있어서도 악재로 꼽힌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내달 2~3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 4.75~5.00%인 정책금리를 베이비 스텝으로 인상할 가능성도 상방 요인이다. 연준이 베이비 스텝만 밟더라도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인 최고 1.7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기준금리 격차 확대는 원·달러 환율을 상승(원화가치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밖에도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4.8%)이 전체 물가상승률(4.2%)을 웃돌며 높은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다는 점도 기준금리 인상에 힘을 보태는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