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회장이 현대백화점그룹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주사 전환 실패를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으로 보완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교선 부회장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고 정지영 현대백화점 영업본부장을 사내이사로 새롭게 선임한 것이 신호탄이다.
정교선 부회장은 현대백화점 이사회에 합류한 지 4년 만에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현대백화점 측은 정 부회장이 맡은 그룹 총괄 역할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이 빠진 자리에는 정지영 백화점 영업본부장이 선임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인 채규하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도 사외이사로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백화점 영업본부장을 사내이사로 발탁한 것은 백화점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날 주총에서 현대백화점은 올해 대대적인 점포 리뉴얼을 결정했다.
신규 출점도 확대한다. 현대백화점은 2027년 부산 에코델타시티에 프리미엄 아웃렛을 출점하고 광주에 미래형 복합몰 '더현대 광주'를 오픈한다. 더현대광주는 이미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상태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은 "공격적 투자 기조를 이어가 올해를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2600억원을 투입해 압구정 본점과 판교점 등을 리뉴얼하고 리딩 백화점으로서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 주총에서 변화를 꾀하며 쇄신에 나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주사 전환 실패로 미완의 '체제 전환'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준비했지만 아쉽게 무산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주력 계열사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를 분할해 현대백화점홀딩스, 현대지에프홀딩스을 세우고 오너 일가가 지주사 이사회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2일 분할을 완료했지만 현대백화점은 임시주총에서 분할 안건이 부결됐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지주사 전환은 실패했지만 형제 경영 구도에 변화는 없다고 설명한다. 현대그린푸드만 지주사 전환이 무산되며 분리 경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사내이사직 사임은 과다 겸직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며 "계열 분리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