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권(공정위가 고발해야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을 갖고도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솜방망이'만 휘두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위법 행위와 관련해 법인만 고발하고 총수는 제외하거나 비슷한 사안을 놓고 총수 간에 제재 여부가 갈리는 등 처벌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최근 3년(2020~2022년)으로 좁혀 보면 198건 중 고발된 건은 전무하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은 대기업이나 대형 플랫폼 같은 '독과점 사업자'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 사업자를 배제하거나 소비자에게서 과도한 이익을 취하는 행위다.
행정 처벌뿐 아니라 검찰 고발도 병행해 불공정 관행 근절에 주력해야 하는데 유독 대기업에 관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공정위는 지난달 14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해당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기사 콜 몰아주기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57억원(잠정치)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은 별도로 하지 않았다.
공정위 심사관은 당초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에 카카오모빌리티 법인과 류긍선 대표, 유승일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지만 심판부는 고발 사안은 아니라고 결정했다.
박 의원은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을 257억원이나 부과하면서 정작 고발하지 않았다"며 "이럴 거면 뭐 하러 전속고발권을 갖느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한국타이어에 과징금 80억300만원을 부과하고 계열사와 함께 검찰에 고발했는데 이 과정에서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은 제외했다.
해가 바뀌어 올 1월 검찰이 조 회장에 대한 추가 고발을 요청한 뒤에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 조치에 나섰다. 조 회장은 지난 9일 구속됐다.
전속고발권을 행사하는 데 있어 사안마다 '고무줄 잣대'가 적용된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킨앤파트너스 등 4개사를 누락한 행위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하며 고발 없이 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시정권고와 명령, 검찰 고발, 과징금, 경고 등 처분이 가능한데 경고는 가장 낮은 제재 수준이다.
반면 같은 혐의를 받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검찰에 고발됐다.
민혜영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SK 건과 관련해 최태원 회장이 인식했을 가능성이 낮지만 금호석화는 박찬구 회장(동일인)과 임원, 담당 직원이 (누락된) 계열사를 모두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여전히 고개를 갸웃하는 시장 관계자들이 많다.
정부가 강경 대응을 천명한 노동조합 이슈에 대해 속도전을 벌이는 상황은 대기업 봐주기 논란과 대비된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집단운송 거부에 나섰던 화물연대에 대해 최근 조사 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보통 대기업 사건이 조사 착수부터 위원회 제재 결정까지 수년씩 걸리는 관례를 감안하면 매우 신속한 조치다. 이번 고발 결정은 경쟁당국이 노조를 검찰에 고발하는 첫 사례다.
공정위는 고발 결정서에서 화물연대를 사업자단체로 규정했다. 화물연대를 노조로 간주하면 공정거래법 적용이 불가해 사업자단체로 적시한 것인데, 이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특고)'의 노동권 관련 쟁점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오히려 논란만 키웠다.
박 의원은 "대기업에는 관대하고 화물연대와 같은 노조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공정과 상식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위법성이 큰 사건조차 고발하지 않는 공정위는 전속고발권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