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시중은행 대출금리·수수료 담합 조사 '속도'

2023-03-1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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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증거 불충분으로 '금리 담합' 조사 빈손

[사진=연합뉴스]

경쟁당국이 은행권의 대출 금리·수수료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일 관계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6개 은행에 대한 현장조사 결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3일까지 나흘간(공휴일 제외) 이들 은행에 조사관을 보내 조사를 벌였다. 

공정위는 은행들이 금리 산정 과정에서 조작과 담합을 통해 금리를 부당하게 수취한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이 예대 금리를 높이거나 내릴 때 다른 은행과 합의하거나 정보를 사전에 공유했다면 담합에 해당한다.

현장 조사를 마친 공정위는 지금도 은행에 금리·수수료 관련 추가 자료를 요청하는 등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측은 현장 조사와 확보한 자료에 대한 1차 검토를 마친 이후 당사자와 이해관계인·참고인에 대한 진술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필요하면 은행 등에 대한 추가 현장 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국내 은행권의 금리 담합은 공정위가 직면한 '난제' 중 하나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 2012년 5대 은행과 SC제일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에 대한 조사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증거를 잡지 못하고 결국 4년 만에 조사·심의 끝에 빈손으로 심의 절차를 종료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은행 담합 조사는 조사 초기 단계"라며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7년 만에 칼을 다시 빼든 것은 윤석열 대통령 입김이 작용한 결과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모든 수단을 열어두고 통신 시장 과점 해소와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 강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라"고 은행권을 직격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을 압박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조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27일 참고 자료를 내고 "은행의 대출 금리는 시장 상황과 개별 은행의 경영 전략 등에 따라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물론 공정위가 은행 간 담합을 제재하는 데 성공한 선례도 있다. 공정위는 앞서 2008년 국민·신한·하나·기업·외환은행이 수출환어음 매입 수수료 신설과 금액을 담합했다며 5개 은행에 18억8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국민·신한 등 8개 은행이 뱅커스 유산스 인수수수료 신설과 금액을 합의한 행위에 대해서도 총 77억3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일부 은행이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두 사건 모두 공정위가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만약 은행들이 국민 삶에 밀접한 대출 금리나 수수료를 담합한 것으로 확인되면 수천억원대 과징금 폭탄은 물론이고 대규모 소송이 뒤따르는 등 금융권에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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