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물가·고용 등 한국 경제의 3대 선행지표가 내는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의 '상저하고' 공언에도 불구하고 자칫 내년 상반기까지 불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7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1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5로 전월보다 0.3포인트 내려가 7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수가 전월과 비교해 떨어져도 100 이상이면 경기 확장 국면이라고 볼 수 있는데, 지난해 3월 100선이 무너진 후 재반등을 못하고 있다. 100 미만은 경기 하강 국면을 뜻한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개월 만에 4%대로 둔화했지만, 소비자물가에 한 달가량 선행하는 생산자물가가 불안하다. 지난 1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0.4%로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 만에 상승 반전했다.
생산자물가는 인플레이션 압력 수준을 나타내는 선행지표라 당장 3~4월 소비자물가 하락을 장담하기 어렵다. 여기에 안정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도 최근 1300원대를 웃돌면서 수입물가를 밀어 올릴 우려가 있다.
지난해 견조했던 고용지표도 올 들어 불안함을 노출하고 있다. 특히 고용지표의 핵심이자 한국 경제 버팀목인 제조업 취업이 흔들리는 양상이다.
지난 1월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3만5000명 줄어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 부진이 심각한데다 60세 미만 일자리가 큰 폭으로 줄어든 영향이다.
수출 부진 여파가 2~3개월 시차를 두고 고용 시장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조업 취업자 감소세는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경제 선행지표는 악화일로인데 정부는 여전히 3분기 이후 경기가 반등할 것이란 낙관론만 되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상반기는 어려운 시기가 되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반도체 업황 개선 등으로 우리 경제가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반기 경기 반등을 이끌 재료는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와 미국의 통화정책 완화 정도다. 외부 변수라 우리 정부의 입김이 미칠 영역이 아니다.
글로벌 경제가 정부 그림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올 하반기는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하강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 한국 경제는 긍정적 시나리오(연착륙)와 비관적 시나리오(경착륙)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대내외 경제 여건이 부정적 기조를 지속할 경우 경착륙 이후 침체가 장기화하는 경로로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