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에 대해 과도한 수익과 과점적 구조, 사회적 책임을 강하게 지적하자 금융당국이 잇따라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면서 제도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러나 급작스럽게 꾸려진 TF 출범으로 실질적인 제도 개선보다는 '수박 겉핥기' 개선안에 머무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각 TF에서 다루는 이슈가 중첩되는 등 업무 비효율과 혼란만 야기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현재 운영하고 있거나 출범을 준비 중인 TF는 총 8개다. 작년 5월 '금융리스크 대응 TF'를 시작으로 취약 부문 금융애로 대응 TF, 디지털자산 민관 합동 TF,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 개선 TF, 은행권 금융시장 점검 실무 TF, 보험사 책임준비금 외부검증 개선 TF,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를 현재 가동 중이다. 여기에 이달 중 추가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 TF' 출범을 앞두고 있다.
당국이 이처럼 각 현안에 대응할 TF를 부랴부랴 꾸린 배경에는 금융권을 향한 윤 대통령의 엄포가 큰 영향을 미쳤다. 윤 대통령은 높아진 기준금리를 발판으로 금융권이 이자 이익을 챙겨 역대급 실적을 시현한 데 이어 금융사 임직원에 대한 고액 성과급이 논란을 빚자 '돈 잔치'라는 강도 높은 표현을 써 가며 비판했다. 또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 구도와 은행·금융지주 회장 연임 문제를 거론하는 등 금융권에 대한 비판 수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금융당국은 '윗선'에서 거론한 문제점 개선을 위해 TF를 꾸리고 나섰으나 이에 대한 부정적 시선 또한 적지 않다. 한정된 인력으로 맡은 업무만으로도 허덕이는 금융당국이 별다른 증원이 없는 상태에서 TF만 늘리는 것이 금융권의 고질적 관행을 바꾸는 데 얼마나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시선이 감지된다.
TF 난립 속에 각 이슈가 서로 중첩될 여지가 높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일례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달 중 발표하겠다고 언급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은 조만간 열릴 '내부통제 제도개선 TF’에서 다룰 예정이다. 그런데 그 명칭만 보면 별도로 출범할 '기업지배구조 개선 TF'에서도 해당 내용을 다룰 여지가 있다.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TF는 기존(내부통제 개선) TF보다 더 큰 틀에서 CEO와 이사회, 주주 등 이해관계자 전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지만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TF의 구체적인 활동 범위를 어떻게 구분지을 것인지에 대한 혼란은 여전하다. 임원진 성과보수제도 개선(클로백, 세이온페이)을 둘러싼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TF와 내부통제 개선 TF도 마찬가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주도하에 여러 TF가 동시다발로 운영되다 보니 어느 TF에서 어떤 내용을 다룰지 시장에서조차 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여기에 내부통제나 지배구조 개선 등은 금융당국이 이미 꾸준히 혁신안이나 법안 등을 내놓은 바 있는데 또다시 새로운 안을 발표하는 것이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