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기업들이 중국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로코로나 정책 폐기에 따른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정찰풍선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의혹 등으로 미중 양국의 갈등이 커지고 있지만 기업들의 투자 심리를 꺾지 못하는 양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대기업들이 코로나 이후 중국의 경제 회복을 예상하면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전했다.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 식품기업부터 랄프로렌, 테피스트 등 패션기업까지 다양한 기업이 적극적으로 중국 투자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스타벅스는 2025년까지 중국에 3000개의 신규 매장을 열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매출이 전년 대비 42% 감소했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임시 최고경영자(CEO)는 "나는 스타벅스가 여전히 중국에서 성장 초기단계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슐츠 CEO도 올 봄에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식품업체뿐 아니라 의류업체의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패트리스 루비트 랄프로렌 CEO는 투자자들에게 지난해 신규 매장은 대부분 중국에서 열었다고 전했다. 최근에도 남부 도시 선전에 매장을 열었고 남서부 청두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세웠다. 조엔 크레보이세라트 테피스트리 CEO는 전체 투자 금액 중 절반 이상을 중국 신규매장에 사용한다고 했다. 테피스트리는 가방으로 유명한 코치의 모기업이다.
이 같은 미국 기업의 투자 분위기는 중국 경제의 성장 가능성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골드만 삭스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5.2%에서 5.5%로 상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을 4.4%에서 5.2%로 올리며 힘을 더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전향적인 모습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2일 중국 외교부는 위챗 공식 계정에 미국의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 간부와 외교부 고위인사의 회동 장면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중국 외교부는 "보잉을 비롯한 미국 기업을 위해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글까지 남겼다. 또한 중국은 2019년 이후 3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디즈니 산하 영화 제작사인 마블의 슈퍼 히어로 영화 개봉을 허용하기도 했다.
다만 WSJ은 중국에 대한 투자 확대는 소비재 분야 기업 중심이고, 기술과 제조업체들은 중국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반도체 장비 기업의 대중 수출 등은 정부 정책으로 금지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