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플랫폼'이 K-패션, K-뷰티에 이은 차세대 K-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다.
K-브랜드의 글로벌 약진을 이끈 시작에는 K-컬처가 있다. 칸을 놀라게 한 영화 '기생충 열풍'에다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은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에 이목이 집중되면서 한풀 꺾인 듯했던 한국에 대한 관심은 한층 고조됐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등장한 음식, 패션, 화장품에 한국의 플랫폼까지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
K-플랫폼이 K-브랜드의 한 축을 담당할 만큼 성장한 것도 이 덕분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전통 IT 강자들은 해외 유저를 늘려가고 있고 유통기업들은 국내 제품을 해외로 역직구(해외직접판매)하는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 기업 중 지난해 상반기 기준 해외에서 매출을 올리고 있는 통신사업자는 30여 개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 해외로 플랫폼을 확대하는 유통·패션기업과 벤처기업을 더하면 족히 100여 개 기업이 해외에서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 '네카오' 무게추 '해외로'···배민, 베트남 점유율 2위 '선방'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토종 플랫폼 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드물었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에 맞서 국내 시장을 사수하기에도 벅찬 것이 현실이었다. 국내 수성이 최우선 과제인 상황에서 해외로 눈을 돌릴 형편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플랫폼 비즈니스의 선두 주자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자국보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로 꼽히는 메타(옛 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MS)·알파벳(구글 모회사) 등은 매출 5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도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국내 서비스가 해외에서 인정받으며 미국 빅테크와 벌이는 경쟁이 수세에서 공세로 바뀐 것은 시작일 뿐이다. 웹툰, 배달 플랫폼 등 일부 플랫폼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빅테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 '라인'은 동남아시아에서 '인스타그램' 등을 보유한 메타보다 점유율 높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카카오의 '카카오 웹툰'은 태국 등에서 선전하고 있고 자회사 패션플랫폼인 '지그재그'는 미국, 일본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적극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네이버는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 확장을 위해 약 1조7000억원을 썼다. 카카오는 그간 구축한 콘텐츠 지식재산권(IP) 생태계 가치를 인정받아 해외에서 약 1조2000억원을 투자 유치했다. 네이버는 커뮤니티에, 카카오는 콘텐츠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투자처는 다르지만 양사 모두 ‘글로벌 플랫폼 시장 공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공통분모다.
배달의민족은 베트남에서 현지 2위 플랫폼에 올랐고 야놀자는 호텔 운영을 자동화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로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리디도 웹툰 구독 플랫폼 '만타'로 북미에서 순항하고 있다.
◆ 패션·유통 플랫폼, 역직구 '속도'
패션·뷰티 플랫폼들도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 성장이 정체된 것과 대조적으로 해외시장 성과는 눈에 띈다. 국내 온라인 쇼핑은 성장 둔화세가 뚜렷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 증가율은 2001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인 7.3%를 기록했다. 전월인 10월에도 최저치(8.2%)를 경신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달 역직구 플랫폼 '글로벌 아모레몰'을 론칭했다. 글로벌 아모레몰은 중국을 비롯해 북미, 중동, 유럽 등 61개국에서 아모레퍼시픽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는 역직구 플랫폼이다. CJ올리브영은 2019년 론칭한 역직구 플랫폼 '글로벌몰'을 통해 K뷰티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들도 역직구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해외 역직구 건수는 4000만건을 돌파한 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화장품, 의류를 사용해보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난 덕분이다. 그동안 역직구 사업은 해외 홍보에 어려움이 있어 면세점 등이 주도해왔지만 버티컬 플랫폼들도 역직구 수요를 포섭할 만큼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에 컬리는 홍콩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인 홍콩티비몰에 마켓컬리 브랜드관을 열고 K-푸드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싱가포르 레드마트 입점 이후 두 번째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쿠팡도 지난해 10월 대만에서 로켓배송 상품을 배송하는 '로켓직구'와 현지 로켓배송 서비스 등을 선보였다. 일본에서는 도쿄 8개 구에서 식료품·생필품을 1시간 이내에 배송해 주는 '퀵커머스' 서비스 운영 중이다.
신세계 이커머스 플랫폼인 ‘SSG닷컴’은 지마켓글로벌과 함께 해외 역직구 사업을 확대했다. 지마켓글로벌 영문·중문숍에서 신세계그룹과 우수판매자의 패션·뷰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과 접촉하는 국내 이커머스 기업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지 업체와 협력하는 조인트 벤처 형태의 사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