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전 위원장은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차기 회장 입후보 의사를 밝혔다. 손태승 현 우리금융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나기로 한 가운데 임 전 위원장은 1차 후보군(롱리스트)에서 유일한 관료 출신 인사로 이름을 올렸다. 임 전 위원장은 "외부에서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우리금융 정상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차기 회장 후보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에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임 전 위원장은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국무총리실 실장(장관급),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다. 우리금융노동조합협의회는 모피아 인사 등장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한 노조는 "우리금융이 모피아와 올드보이들 놀이터로 전락하는 상황이 벌어질까 우려스럽다"며 "내부 조직 상황을 잘 알고 영업 현장 실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 출신 인사로 내정해 관치 논란을 불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임 전 위원장 출사표로 사실상 우리금융 차기 회장 후보 경쟁은 내부와 외부 출신 간 경쟁으로 귀결될 전망이다. 업계에서 가장 유력한 내부 출신 후보로 이원덕 우리은행장을 꼽고 있는 만큼 이 행장과 임 전 위원장 간 대결이 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지난해 말부터 진행되고 있는 금융지주 회장·행장 인사가 이석준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내부 출신에게 돌아갔다는 것이다.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 등 관료 출신이 유력해 보였던 IBK기업은행장 자리에는 내부 출신인 김성태 당시 전무에게 돌아갔으며 수출입은행장 자리에는 사상 첫 내부 공채 출신인 윤희성 행장이 선임됐다. 정부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는 국책은행 수장 자리에 모두 내부 출신이 자리했다.
민간 금융권 회장 인사에서도 관치 논란은 여지없이 불거졌지만 신한금융·BNK금융 등 모두 내부 출신들이 낙점됐다. 물론 호실적을 등에 업고 연임이 유력해 보였던 수장들이 대거 물갈이된 데에는 정부 입김이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안방처럼 드나들었던 모피아들은 모두 최종 결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런 배경에는 현 정권 핵심 세력인 검찰 출신의 견제가 상당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한 금융사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에 모피아 이름이 오르내리자 직을 걸고 온몸으로 낙하산 인사를 저지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 출신으로 마무리되는 일련의 금융권 인사와 유사할 것"이라면서 "흐름을 뒤집으면서까지 인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