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베거에서 '헐값 매각' 신세로… 국내 1호 특례상장 헬릭스미스의 끝없는 '추락'

2023-01-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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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리아바이오엠 출자금 350억원 중

헬릭스미스가 300억원 지원하며 넘겨

증권가 "신뢰 깬 전력… 매각 과정 의아"

소액주주 비대위원장 고소… 원성 높아

헬릭스미스 본사 전경 [사진=김윤섭 기자]


'국내 1호 특례상장기업' 헬릭스미스가 시장의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가 약속한 혁신 신약 출시와 주주환원책 확대 방향과는 다르게, 경영권을 50억원에 카나리아바이오엠에 이전하며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2위까지 오르며 텐베거의 반열에 올랐던 K-바이오 대표 종목이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자 투자자들의 원성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헬릭스미스는 오는 3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한다. 기존 이사진이 물러나고 헬릭스미스와 카나리아보이오엠이 협의한 이사진들로 꾸려질 가능성이 유력하다. 지난달 진행됐던 이사회에서 다가오는 주주총회 목적을 '경영권 양수도 계약에 따라 1월 31일 사임하는 이사 5인 교체를 위한 신규이사 선임의 건'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신주 발행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아닌 할인율 붙여…"납득하기 어려워"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헬릭스미스의 경영권 매각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회사는 작년 12월22일 이사회를 열고 카나리아바이오엠과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헬릭스미스가 카나리아바이오엠에 350억원 규모의 보통주 신주를 발행해 경영권을 넘기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헬릭스미스는 세종메디칼(카나리아바이오엠 자회사)이 발행하는 30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매입한다. 세종메디칼을 통해 300억원을 확보한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자기자본 50억원을 들여 헬릭스미스의 유상신주를 사들인다. 즉, 김 대표는 시총 4000억원이 넘는 회사를 당장 50억원에 매각하게 되는 셈이 된다. 

증권가에서는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출자금을 헬릭스미스가 지원해주는 경영권 매각 방식도 독특하지만, 신주 발행가가 1만1780원으로 전일 종가 대비 13% 낮게 결정된 점도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상 M&A의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주식 거래가격에 웃돈을 붙이는 것이 불문율인데, 할인율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회사를 매각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풀이가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헬릭스미스는 작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유동자산을 1000억원 넘게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굳이 50억원을 추가로 유상증자 받아 가며 경영권을 넘기는 게 상식적으로 누가 봐도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이지 않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기준 헬릭스미스는 에스크로 예금 820억원, 현금 및 현금성자산 239억원 등 1000억원 넘는 현금성 자산이 있는 상태다. 에스크로 계좌는 입금은 자유롭지만, 특정 요건이 성립할 때만 출금 가능한 특수계좌다. 통상 M&A 거래에서 계약금을 입금하는 계좌로 사용된다. 
 
주주환원 정책 공염불에 그치며 신뢰 잃었다는 평가 다수
시장에서는 김 대표가 신뢰를 잃은 지 오래됐다는 점도 지적한다. 결정적 계기는 김 대표의 주주환원 정책 발표였다. 김 대표는 2021년 3월 정기주총에서 "2022년 10월31일까지 엔젠시스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회사 주가도 10만원대로 올려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둘 중 하나라도 실패 시 보유 주식 전량을 회사에 내놓겠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현재까지 지켜진 약속은 전무하다. 오히려 헬릭스미스가 소액주주 비상대책위원장을 형사고소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회사와 소액주주들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한때 헬릭스미스(당시 바이로메드)는 저력이 있는 회사로 평가받았다. 실제 지난 2005년 12월 '황우석 쇼크'로 바이오 테마가 추풍낙엽 처럼 무너졌던 시기에도 1조6487억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리면서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다. 바이오주에 대한 투자가 몰렸던 2019년에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 신약으로 개발하던 '엔젠시스'의 개발 성공 기대감으로 코스닥 시가총액 2위에 오르는 기염도 토했다. 하지만 '엔젠시스' 임상 3상의 약효 확인이 어려워지면서 17만원 수준이던 주가는 일주일 만에 6만원대로 하락하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현재 주가는 1만1650원(16일 종가 기준)으로 고점 대비 주가 하락률이 무려 93.18%에 달한다.

경영권 '헐값' 매각 논란과 관련해 회사 측은 "350억원의 증자대금이 들어왔고 이 가운데 300억원의 전환사채 인수자금은 조기상환 청구 기간 중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헬릭스미스와 카나리아바이오엠 양사는 협력해 나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결국 회사가 좋은 소식을 보여주면서 투자자들을 설득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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