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열차-SUV-공중호위 美군용기' 거쳐 방미…바이든은 어깨동무 환대

2022-12-2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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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방문 직전 최대 격전지 방문

폴란드→대서양 건너 미국 땅

나토, 조기경보기·전투기 호위

바이든 "당신은 올해의 인물"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어깨동무하며 환대하고 있다. 왼쪽은 미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 [사진=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처음으로 자국을 벗어나 미국을 방문했다. 미 군용기에 몸을 싣고 조기경보기·전투기 등의 엄격한 호위를 받으며 21일(현지시각) 미국 땅을 밟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어깨동무하는 등 친밀한 모습을 연출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의사를 표했다.

이날 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인 지난 20일 러시아와 최대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를 찾았다. 개전 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나라를 비우는 만큼 장병들을 격려하고 출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폴란드까지 열차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폴란드 프세미실 기차역에서 이동하는 모습이 현지 언론인 TVN24 카메라에 잡혔다. 기차역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갈아탔다. 이 환승 장면에서는 브리지트 브링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 모습도 포착됐다. 통상 특정 국가 정상이 타국을 방문할 때 방문국의 대사가 함께 이동하는 외교 관례를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TVN24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프세미실 기차역에서 인근의 르제스조우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미국 워싱턴으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태운 비행기는 미국 공군 수송기 C-40B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이 비행기는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출발해 이날 일찍 폴란드에 도착했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태우고 현지 시각으로 오전 8시 15분께 출발했다.

비행경로 사이트 등에 따르면 이 비행기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 동부 시간으로 새벽 1시에 미국 방문을 공식 발표한 직후 폴란드에서 출발해 독일, 영국 등을 지나 서쪽으로 이동했다. 비행기 코드명이 ‘SAM910’인 이 항공기의 이동이 비행경로추적 사이트 등에 잠시 노출됐다가 사라졌으며, 그린란드 해안을 지날 때 잠깐 다시 관측됐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SAM은 ‘스페셜 에어 미션’(Special Air Mission·특별공중임무)의 약어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태운 수송기가 북해에 도착하기 전에는 독일 가일렌키르헨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공중조기경보기(AWACS)가 해당 해역을 순찰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을 태운 군용기가 북해에 다다르자 영국 서포크 밀든홀의 공군기지에서 미 공군 F-15E 전투기가 긴급 발진해 엄호했다. 이 전투기는 C-40B 수송기가 스코틀랜드 상공으로 진입한 것을 확인한 뒤 기지로 복귀했다. 텔레그래프는 “영국 북동 해안 밖에서 이뤄진 공중 활동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외국을 방문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면밀하게 조정된 안보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처럼 미국과 나토 등의 호위를 받으며 미군 수송기를 타고 이동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국 동부 시간으로 오후 12시 전후에 워싱턴 인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AP 통신은 이날 낮 12시 33분께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 땅에 도착했다는 속보를 보냈다.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기 전날인 지난 20일(현지시각) 러시아와의 전쟁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곧장 백악관으로 이동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는 동선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백악관 앞으로 나와 젤렌스키 대통령을 맞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예의 짙은 녹갈색 셔츠와 바지, 부츠 등 ‘전투 복장’을 연상케 하는 차림을 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공식 환영식을 마친 뒤 오후 2시 30분 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회담에서도 양 지도자는 단합된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계속해서 우크라이나의 자체 방어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위대한 우크라이나 국민, 그리고 위대한 지도자인 당신과 함께한다”고 말해 연대와 지지를 강조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선정한 것을 언급하면서 “당신은 미국에서 올해의 인물”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국민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우크라이나를 무작정 지원하는 것에 대한 미국 의회 일각의 비판을 의식한 듯 의회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고맙다는 말만으로는 우리의 감정을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다”며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지원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포대를 지휘하는 우크라이나군 대위의 부탁이라며 대위가 받은 무공훈장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하이마스가 여러 전우의 생명을 구했다”는 대위의 발언도 전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받을 자격이 없지만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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