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 소송 엇갈린 결론...공기업‧대기업‧은행권 '혼란 가중'

2022-12-2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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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연장형·정년유지형 등 임피제 유형·방법 따라 판결 '제각각'

대기업·은행권·금융권 줄소송..."판단기준 모호, 가이드라인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전 대법원 판결은 근로자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인 임금피크제에 관한 것이므로 정년을 연장하는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그대로 원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대전고법 청주재판부 판결문 중)

박근혜 정부 당시 추진된 임금피크제가 불합리한지 다투는 소송 결과가 최근 법원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임금피크제 유형이나 방법별로 재판 결과가 제각각으로 나오면서 업계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금피크제 판례가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판단 기준이 없어 혼란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대법원은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퇴직자들이 연구원을 상대로 낸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에서 퇴직자들 손을 들어줬지만 개별·사안별로 달리 판단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정년연장형, 사측에 유리한 판결 기조
임금피크제는 정년유지(보장)형·정년연장형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정년유지형은 정년은 그대로 두면서 일정 나이가 넘으면 정년 전까지 임금을 삭감하는 형태다. 정년연장형은 말 그대로 정년을 연장한 후 임금을 삭감한다는 차이가 있다.

우선 정년연장형에 대해서는 각급 법원들이 사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경향이 있었다. 한국농어촌공사 전‧현직 근로자들은 지난 5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공사의 임금피크제 무효를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최근 공사 측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당시 대법원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소송이었기 때문에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국민연금공단, KT, 한국전력거래소 사건에서도 법원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 자체를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보상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정년연장형이라고 해서 모두 유효 판결이 나지는 않는다. 최종연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2016년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라 정년 60세가 강행 규정이 됐기 때문에 보상으로서 정년 연장인지가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김의택 변호사(법무법인 성지 파트너스)도 "정년 연장을 반대급부로 받았는지, 설사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라 하더라도 노사 합의나 개별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다"며 "각급 법원 판결들이 대법원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년유지형, 판결 제각각···'목적의 타당성' 기준 모호
정년유지형은 각급 법원에 따라 엇갈린 판단이 나왔다. 지난달 서울남부지법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건에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근로자 손을 들어줬다. 공사는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60세로 정년을 연장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60세가 고령자고용법상 정년 나이이기 때문에 사실상 정년 연장 없이 임금 삭감만 이뤄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같은 달 한국광물자원공사 사건에서 서울동부지법은 다른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적은 임금 감액률과 다른 근로자 보호조치를 했다는 데 주목했다. 공사가 경영 사정이 악화하는 와중에도 해당 근로자들에게 희망 직무를 부여하고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한 점 등을 고려한 판결이었다.

같은 유형인 임금피크제라 하더라도 제도 도입 목적의 타당성 등에 따라 법원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 나이 차별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정하는 것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오정익 변호사(법무법인 원)는 "목적의 타당성은 어떻게 적절한 목적인지 판단하기가 모호하다"며 "결국 대법원까지 가서 다투어봐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대기업·은행권·금융권 줄소송···"가이드라인 필요"
삼성, SK하이닉스와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 노조들이 임금 협상에서 임금피크제 폐지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산업은행을 포함한 국책은행과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 노조와 직원들도 임금피크제 소송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또 신한금융투자에서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은행권에 이어 금융권으로도 분쟁은 확산하고 있다.

'제각각 판결'은 대기업·은행권·금융권에서도 마찬가지다. 산업은행 시니어노조가 제기한 임금피크제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최근 회사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하나은행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은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특별퇴직을 하는 대신 재채용을 하기로 한 뒤 이를 이행하지 않아 회사 패소 판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소송이 수두룩하다"며 "판결이 축적되기 전까지는 고용노동부 등 정부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이나 판단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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