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통계청 생명표’에 따르면 한국에서 60세 남자는 향후 23.4년, 여자는 28.2년 더 생존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2020년 출생아가 100세까지 생존할 확률은 남자 1.3%, 여자 5.0%로 10년 전 대비 남자는 0.6%, 여자는 2.2% 증가했다. 통계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앞으로 인간 수명 증가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린다 그래튼 런던경영대학원 교수는 앤드루 스콧 교수와 공저한 <100세 인생>에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든, 어디에 사는 사람이든, 나이가 몇 살이든 길어진 삶을 가장 잘 활용하려면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사회 그리고 기업 모두가 고민해 봐야 할 주제다. 수명이 늘어나면 삶에서 생산 활동 시간도 늘어난다.
사람들은 내 실력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커리어를 개발해 자기 경쟁력을 갈고닦는다. ‘한 회사에 뼈를 묻는다’는 것은 이미 옛말이다. 오랫동안 사람들이 근무할 수 있는 건강한 기업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건강하게 소통하고 일하는 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회사는 외부 고객만이 아니라 내부 고객인 ‘직원’과 함께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러쉬는 그 중심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근 MZ세대가 주축이 된 미닝 아웃, 클린 뷰티, 비거니즘, 윤리 소비 트렌드에서 러쉬라는 브랜드가 자주 언급될 수 있었던 것은 일관성과 진정성을 가지고 메시지를 전한 러쉬코리아 사람들의 역할이 크다.
러쉬 브랜드 신념서에는 ‘행복한 사람이 행복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는 구절이 있다.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동료와 함께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러쉬코리아가 명동에 첫 번째 매장을 열 때 필자를 포함한 5명으로 시작했다. 모두가 쉴 틈 없이 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필자는 대표로서 매장과 회사에서 어떻게 하면 함께 재미있는 일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 고민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
우선 다양성을 존중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성별, 나이, 학력 등 어떠한 기준에 한정 지어 생각하기보다는 ‘모두’ '누구나’를 염두에 두었다. 러쉬코리아는 기업이기 이전에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다양성이 존중되고 평등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차별 없는 인권 존중을 매우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자연스럽게 기업 문화나 사내 제도에 반영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다는 신뢰가 있는 ‘건강하고 안전한 조직’이 공정한 일터라고 생각한다.
비혼을 선언한 직원에게는 결혼을 하는 직원과 동일하게 축하금과 유급휴가가 주는 ‘비혼자 복지혜택’, 주 40시간 근무를 준수하면서 근무자가 스스로 근무 시간과 장소를 결정하는 유연근무제 도입 등 러쉬코리아의 조직문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구성원 개개인의 개성과 삶을 존중한다는 점이다. 다양성 존중을 바탕으로 직원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회사 차원에서 지원이 가능한 부분을 챙기며 상황에 따른 문화를 계속해서 만들어나갈 것이다. 또한 이를 트레이닝하고 서포트하고 문화로 정착시키는 고객경험팀도 신설했다.
러쉬코리아에서 직원들에게 근무 환경에 대한 만족도를 올릴 수 있었던 복지나 문화가 모든 조직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함께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생각한다면 그에 맞는 더 좋은 방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100세까지 살아갈 길어진 삶 속에서 근무 시간도 행복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