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명이 숨진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용산구청의 부실 대응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을 것 같다. 12년 동안 핼러윈 축제를 지원했던 성장현 전 용산구청장 행적을 취재한 결과 박희영 현 구청장과 너무 비교돼서다. 한마디로 박 구청장의 축제 지원은 너무 미흡했다.
용산구는 사고 당일인 지난달 29일 초저녁부터 "골목길엔 사람이 너무 많아 밀치고 넘치고 난리가 났다"며 압사위험을 경고했는데도 질서를 유지시키는 공무원은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질서 유지에는 경찰력이 우선돼야 하겠지만 예년에 비춰볼 때 용산구도 축제를 관리·감독, 지원하는 노하우 만큼은 이에 못지않다. 오죽했으면 서울시가 용산구 이태원을 관광특구지역으로 지정했을까.
-용산구가 이번 참사에서 책임을 면하기가 어렵지 않은가.
"그렇다."
-청장 재임 시절에도 이태원에서 핼러윈 축제를 했나.
"당연히 했다. 작년에는 17만명이 왔다."
-작년에는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풀리지 않았는데.
"작년에 17만명이 왔는데, 저와 용산경찰서장, 소방서장, 용산구의회 의장, 교육청, 이태원관광특구상인연합회 등 유관기관들이 모여서 연석 회의를 했다. 이 회의는 각 기관 실무자들이 먼저 조율을 다 해 놓는다. 조율된 걸 갖고 기관장들끼리 모여 역할 분담을 한다(박희영 현 구청장은 이런 회의를 하지 않았거나 성의 없이 했다는 뜻으로 들렸다). 핼러윈데이는 주체가 누구든 간에 아무도 막지 못한다. 누가 못하게 막아도 저 (젊은이)들이 다 오니까, 관(官)이 안전하게 지켜줘야 될 것 아닌가(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는 길목이라든지, 모이는 장소 같은 데는 폴리스라인도 쳐놓고 또 사람도 일방통행을 하게 만들어 놨어야 했다. 복잡한 골목은 올라만 가게 하든지, 내려만 가게 하든지 해줘야 된다. 올라가고 내려가고 서로 엉키면 안 된다."
-작년엔 그렇게 했나.
"그렇게 했다. 예를 들어 (용산) 공무원들과 경찰들이 곳곳에 배치돼 통제도 하고 안내도 하고 다 했다(관계 공무원이 질서유지를 시키지 않아 참사를 불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데 올해도 그런 회의를 했는지, 그리고 (각 기관 공무원들이) 무슨 역할을 맡았는지, 또 올해는 관련 회의를 어디서 몇 월 며칠에 어떤 회의를 했는지, 그런 것이 다 있을 것 아닌가. 조목조목 따져 책임 추궁을 해야 한다."
-작년 행사에 공무원들이 얼마나 동원됐나.
"핼러윈 행사에 말인가. 돼지는 왜 키우나. 잔칫날 잡아먹으려고 키우는 것 아닌가. 군인은 왜 육성하나. 전쟁 때 쓰려고 하는 것 아닌가. 그럼 공무원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사람들 아닌가(구청 공무원들이 현장을 이탈해 있거나 탁상행정에 머물렀다는 비판의 소리로 들렸다). 그러니까 경찰이든지 구청 직원이든지 핼러윈 행사에 나와서 ‘안전 제일’ 하며 국민 생명을 지켰어야 했다."
-용산은 이태원지구촌축제, 핼러윈축제, 노인잔치축제 등 '축제 왕국' 아닌가.
"이태원지구촌축제, 노인잔치, 핼러윈축제를 재임 12년 동안 계속 했다. 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고, 단 한 명도 죽지 않았다."
-그 비결이 뭔가.
"철저하게 사전에 회의를 통해서 유관기관들끼리 협조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사고가 날 수 있는 걸 모두 정기 점검했다. 예를 들어 이태원지구촌축제를 하면 은행나무에서 냄새가 나지 않도록 은행을 모두 따고 하수구 청소도 깨끗이 한다. 노인잔치 때는 잔디밭 청소와 소독도 해 놓는다. 모기·진딧물 방제작업도 해 놓는다. 이렇게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 놓고 행사를 하는 것이다. 올해도 핼러윈 축제를 이렇게 했냐고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