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으로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BC카드 등 7개 카드사의 대출 평균 신용점수(나이스·KCB 기준)는 762점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700점 이상의 중신용자에 한해서만 대출이 진행된 셈이다.
BC카드와 하나카드의 평균점수가 각각 856점, 850점으로 가장 높았다. 가장 낮은 삼성카드 역시 707점에 달했다.
내부평가 기준으로 하위 40% 고객에게 조정금리(우대금리+특별할인금리)를 제공한 업체는 단 2곳(신한·우리)에 불과했다. 이는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사실상 취급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중 우리카드는 4등급(상위 60~80%) 고객에게 0.13%의 조정금리를 제공했다. 조정금리 평균값(1.52%)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대부업자들조차 안전한 담보대출 위주의 영업에 나서고 있다. 작년 말 기준 대부업자의 대출 잔액 중 담보대출 비중은 52%로, 신용대출 비중(48.0%)을 넘어섰다.
향후 이러한 흐름은 더욱 가속화 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지속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게 이유다. 이후 수신(예금) 기능이 없는 카드사와 대부업체는 그에 비례해 원가 비용부담이 커졌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저신용자를 최대한 배제해 부실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저축은행 역시 예금 금리가 시중은행에 빠르게 따라잡히며, 조달여건이 악화하고 있다. 따라서 대출 사업에선 상대적 고신용자를 유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틈을 타, 불법 사금융 시장은 빠르게 팽창하며 저신용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난 5년간 금융감독원에 적발된 불법금융광고만 269만 건에 달했다. 이 중 불법 대부 광고가 66%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이뤄진 비율은 5%에도 채 못 미쳤다.
금융당국은 ‘정책 금융’ 확대를 통해 이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일환으로 이달 중 ‘새희망홀씨’의 대출한도를 기존 3000만원에서 3500만원으로 확대한다. 이는 연소득이 3500만원 이하거나, 4500만원 이하 중 신용평점 하위 20%인 차주가 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금리는 연 10.5% 이내다.
하지만 실효성은 ‘기대 이하’다. 올 상반기 새희망홀씨 대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31.9% 줄었다. 전체 공급 목표치 중 34.4%를 채우는 데 그쳤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간 목표치의 80%도 채우기 버거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정책상품인 새희망홀씨 대출 취급량이 줄어든 것은, 치솟는 금리로 일반 신용대출이 줄어든 것과 명확히 상황이 다르다”며 “금리 인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게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보다 관련 홍보활동을 강화함으로써, 저신용자들의 적극적인 활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