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들이 최근 앞다퉈 내놓은 4%대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상품 판매) 저축보험 상품들이 출시 한 달여 만에 완판되는 등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시중은행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대부분 3%대에 분포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아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실질 수익률이 적용 금리보다 낮아 소비자들이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생보사 관련 마케팅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과 흥국생명이 최근 내놓은 4%대 저축보험이 완판된 것으로 나타났다. 흥국생명은 4.2% 확정금리형 '다사랑저축보험2210'을, 푸본현대생명은 4% 확정금리형 '맥스 저축보험 스페셜'을 출시했는데 각각 3000억원, 5000억원 판매액을 기록했다.
저축보험은 보험료를 일정 금액 납부하고 만기 때 총 납부액과 이자가 더해진 환급금을 받는 상품이다.
생보사들은 그간 저축성보험보다는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해왔다. 내년 도입을 앞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저축보험료는 만기 시 모두 환급되는 만큼 회계상 부채로 인식된다. IFRS17은 부채 평가 방식이 기존 원가에서 시가 기준으로 변경돼 이후 부채 관련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취급 기조를 공격적으로 전환한 건 '고객 확보' 목적이 컸다. 최근 미국 통화 긴축 기조에 시장금리가 뛴 영향도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대부분 3%대 수준인 상황에서 4%대 저축보험에 고객 관심이 쏠린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저축성보험은 내년 회계상 불리함이 존재하지만 수천억 원대 매출을 단기간에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 자금이 필요한 생보사들은 필요한 수준대 금리로 저축보험 상품을 개정하거나 새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해당 상품 실질 수익률이 적용 금리보다 낮아 소비자들이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험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 중 사업비가 선 공제된 후 적립되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당국도 이례적으로 '생보사 저축성보험 가입 시 소비자 유의사항'을 내놓고 실질 수익률을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추후 당국이 생보사 저축보험 고금리 경쟁에 제동을 걸지 않을까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사 상품안내장 등에는 '연복리 고정금리 4.5%' 등 적용 금리만 강조되어 있어 상품 가입 시 주의가 필요하다"며 "적용 금리가 아닌 실질 수익률 확인은 물론 상품설명서와 보험약관 등을 꼼꼼히 읽고 청약서에 자필서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품 내용을 잘못 알고 가입했을 때는 청약철회제도 등을 활용하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