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제비뽑기'→임대인 '명품백·골드바'까지...고금리가 낳은 역전세난 진풍경

2022-10-0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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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그래프=아주경제 DB]


#인천 검단신도시에 아파트를 보유한 A씨는 3개월째 전세 임차인이 구해지지 않자 계약자에게 순금골드바(50G) 2개를 제공하기로 하고, 중개업소에 적극 홍보하고 있다. A씨가 보유한 매물은 전용 84㎡로, 전세가는 3억원이다. A씨는 "개통 예정인 지하철역과 학교가 가까운 로열동이라 세입자 구하기가 이렇게 어려울지 몰랐다"면서 "최근 거래가보다 3000만~5000만원 높지만 대출금리 때문에 보증금을 조정할 수 없어 차액을 상쇄하기 위해 순금바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의 아파트를 세주고 있는 임대인 B씨는 전용 84㎡ 전세를 4억5000만원에 체결하는 조건으로 전세계약을 맺는 임차인에게 1335만원짜리 '샤넬 클래식 캐비어 라지사이즈'를 선물로 주겠다는 파격안을 내걸었다. 백화점 웨이팅 기간만 6개월이 넘게 소요돼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의 '예물백'으로 불리는 명품백이다. 
미국 금리인상에 이어 한국은행도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한 번에 0.50%p 금리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세시장 분위기가 급랭하고 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전세대란'으로 집을 보지도 않고 전세 계약을 하거나 임차인끼리 제비뽑기를 해야 했던 풍경과는 대조적이다. 올 들어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세입자들이 전세를 마다하고 월세로 옮기거나, 집을 줄이는 '하급지 갈아타기'가 활발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5일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6만5331가구로 전월의 5만6462가구 대비 15.71% 증가했다. 전세와 월세 모두 고르게 증가했다. 전세는 한달 전 3만5386가구에서 이달 4만1210가구로 16.46%, 같은 기간 월세는 2만1066가구에서 2만4121가구로 14.5% 늘었다.
 
반면 거래량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임대차거래량은 1만1994가구로 전월 1만6291가구 대비 26.38% 줄었다. 지난해 10월 거래량이 2만47건임을 감안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매물이 늘고 거래가 적체되면서 전셋값도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높은 전셋값을 레버리지 삼아 투자한 갭투자(실거주 목적이 아닌 전·월세를 끼고 한 매매) 집주인들은 금리인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출금리에 부담을 느낀 임차인들이 반전세, 월세로 갈아타면서 오히려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보증금 반환대출 수요가 늘면서 제1금융권 대출에서 거절당한 임대인들은 명품백, 이자 지원, 리모델링 등 각종 '선물보따리'를 동원해 직접 세입자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40대 다주택자 김모씨는 "세입자 보증금 반환 용도로 급하게 2억원 정도가 필요했는데 DSR규제 강화로 제1금융권에서는 대출이 불가능했고, 1.5금융권에서 8%대 금리로 간신히 빌렸다"면서 "임대인, 임차인 모두 고금리가 익숙지 않은 상황에서 특히 갭투자 집주인들은 최악의 경우 대출연체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 경매까지도 고려해야 해 매우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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